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또다시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연 매출 2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해 3분기(7∼9월)에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 8조 원의 벽을 넘어서는 등 장기 불황 속에서 3개 분기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의 일등공신은 역시 스마트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최고 효자는 스마트폰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56조 원, 영업이익은 8조8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978억 원, 시간당 40억7400만 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연간 누적 매출액은 201조500억 원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로열더치셸, 엑손모빌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와 금융회사를 제외한 제조업체 가운데 연 매출액 200조 원을 넘긴 곳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약 260조 원), 독일 폴크스바겐(약 245조 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기업 중에서는 매출 기준으로 2009년 HP를 제친 이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증권업계는 3분기와 마찬가지로 4분기에도 스마트폰 사업이 삼성전자의 ‘신기록’ 행진을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 사업을 앞세운 IT모바일사업부(IM)가 전체 매출의 57%와 영업이익의 6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시장 출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3는 출시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세계시장 판매량 3000만 대를 넘어섰고 갤럭시노트2 역시 출시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500만 대를 돌파했다. 최성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인 애플의 휴대전화 출하가 부품과 조립, 수요의 문제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의 4분기 스마트폰 글로벌 출하량이 6500만 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올해도 실적 성장 이어지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2분기(4∼6월)에는 신제품 ‘갤럭시S4’ 출시가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로 애플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벌릴 계획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4의 판매량은 갤럭시S3가 기록한 분기당 2000만 대 판매를 크게 뛰어넘어 300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갤럭시S4의 성공에 힘입어 무선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문 및 메모리 실적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장기 불황에 빠졌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도 상반기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이미 바닥을 찍고 소폭 반등하고 있는 데 따른 기대감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겠지만 갤럭시S4가 출시되는 2분기에는 크게 나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1분기에는 신제품 출시가 없고 환율도 떨어져 실적이 주춤하겠지만 2분기에는 매출이 증가하면서 호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 여전히 ‘위기’를 강조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일 신년 하례식에서 “지난 성공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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