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오른 발목을 심하게 다친 김모 씨(38). 예상외로 많이 나온 병원비에 입이 쩍 벌어졌다.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그는 치료비를 모두 내야 했다. 실손보험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보험사에 문의한 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수입은 빤한데 보험료는 생각보다 비쌌다. 치료비만 보장받으려 했는데 ‘사망시 ○○○○만 원 지급’ 등의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김 씨와 같은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실손보험만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사들이 끼워 팔기 식으로 특약을 넣은 특약형 실손보험을 판매해 보험료를 더 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특약의 ‘군살’을 뺀 월 1만 원대 저가형 실손 보험이 이달 1일 출시됐다. 이른바 단독형 실손보험이다.
○ 군살 뺀 단독형 vs 다양한 보장 제공하는 특약형
단독형은 치료비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월 1만∼2만 원으로 떨어진다. 원하지 않는 보장은 제외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
기존에는 사망 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등의 보장을 의무특약조항으로 넣은 특약형만 판매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많게는 월 7만∼10만 원에 이르렀다.
단독형을 가입할 때 보험료를 더 줄이고 싶다면 치료 시 본인이 내는 돈인 자기부담금의 비율을 20%로 올리면 된다. 특약형은 자기부담금이 10%로 정해져 있지만, 단독형은 10%와 20% 중 선택할 수 있다. 자기부담금 20%를 낼 경우 월 보험료가 1만1000∼1만2000원인 단독형 상품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한 달에 1000원 안팎(8∼9%)을 아낄 수 있다.
단독형의 보험사별 보험료는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lia.or.kr)와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www.knia.or.kr)의 상품 공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단독형은 보험료 갱신 주기를 3∼5년에서 1년으로 바꿔 보험사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들이 갈아타기 쉽게 했다. 보험사들이 3년마다 돌아오는 갱신 시점에서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일이 적지 않아 분쟁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갱신 때 보험료가 많이 오르면 사전에 보험사가 사전에 신고하게 해서 보험료 인상폭을 예측하기 쉽게 했다.
기존의 특약형 가입자도 단독형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다만 이때 자신이 신규 가입 조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보험사가 현재의 건강 상태와 과거의 질병 치료 기록 등을 이유로 신규 가입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의사항은?
전문가들은 단독형과 특약형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자신의 성향을 감안해 실손보험을 가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독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약형이 사망이나 후유 장해 등 여러 보장을 제공하는 것은 보험료를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소비자에게 보상을 더 많이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치료비 목적의 실손보험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여러 보험에 가입한다고 해서 보험금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여러 보험에 가입하면 치료비는 같지만 보험료만 늘어날 뿐이다.
또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실손보험 특약이 포함된 걸 모르는 가입자도 더러 있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실손보험 특약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나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독형을 택하든 특약형을 가입하든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먼저 요청해 받는 검사는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손보험은 의사가 권하는 검사는 치료를 위한 절차로 보고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심해 대학병원에 갔고, 의사 진단으로 검사를 받아서 병원비가 20만 원이 나왔다면 실손보험으로 자기부담금(4만 원)을 제외한 1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검사를 받아도 환자 본인이 먼저 요청해서 받는 검사는 건강검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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