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당당하고 자유로운 삶… 솔로시대 문을 열어라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당당하고 자유로운 삶… 솔로시대 문을 열어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안진이 옮김/356쪽·1만6000원·더퀘스트

더퀘스트 제공

사실 미혼 싱글 가운데 평생 혼자 살기로 작정한 사람은 거의 없다. 고연봉 전문직에 잘나가는 싱글이 “나는 일과 결혼했어요” 따위의 망언을 한다면 99.9% 거짓말이다. 어릴 적부터 독방을 쓰고 자라 혼자만의 공간이 편안하고 대도시에서 적당한 수입을 벌며 자유롭게 사는 싱글 여성. 이들 대부분은 항시 결혼할 상대를 찾고 있다. 가능성은 활짝 열어놓되, 이 남자와 결혼해 살면서 느낄 안정감 및 각종 부가혜택(?)이 혼자 사는 내 자유의 ‘절댓값’보다 크지 않다면 굳이 나이에 쫓겨 타협하듯 결혼하진 않겠다는 심리다. 시집가서 육아 전쟁에 시달리는 친구들의 푸념을 들을 땐 단출한 자신의 일상이 산뜻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홀몸노인이 죽은 지 며칠 지나서야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면 갑자기 남의 일 같지 않은 이 불안감은 뭔가. 가끔 밀려오는 외로움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류는 집단생활에서 차츰 벗어나 50∼60년 전부터 역사상 최초로 ‘혼자 살기’ 실험을 하고 있다. 이유야 다양하다. 앞서 얘기한 배부른 미혼자들의 자유 수호 의지 때문이기도 하고, 이혼이나 배우자의 죽음 탓이기도 하다. 여기에 20세기 후반부터 두드러진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 발달, 수명 연장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변동이 1인가구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가 혼자 사는 사람 300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솔로 시대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변화를 촉구하는 책을 썼다. 그가 연구한 싱글턴(singleton·혼자 사는 사람)은 1인가구의 구성원으로서, 엄밀하게는 애인이나 룸메이트, 자녀와 함께 살 수도 있는 ‘독신’과는 다른 개념이다. 책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혼자 사는 게 새로운 삶의 표준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 그동안 학계와 언론, 공공기관이 1인가구의 증가 현상을 공동체 붕괴와 개인주의, 출산율 저하 등 부정적 사회 문제와 연관지어 온 것과 다른 시각이다.

현재 미국에서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28%를 넘고, 싱글들의 메카라 할 맨해튼은 전체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혼자 산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에선 전체 가구의 약 40%가 1인가구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일시적이든 영원하든, 누구라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1인가구의 증가 자체가 사회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혼자 산다고 해서 모두 고립되고 외롭진 않다는 것.(반대로 배우자와 아이가 있어도 외로운 법이다) 시장조사기관 패키지드 팩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싱글들은 예술 강좌를 더 많이 듣고, 공적인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하고, 친구들과 쇼핑도 더 자주 다닌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사교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존하고 의욕을 생성할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저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사교적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직 사회의 제도와 편견은 1인가구에 비협조적이다. 직장에선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직원보다 싱글 직원의 사생활을 덜 중요하게 여기고 더 많이 일하길 은근히 기대한다. 명절 연휴 당직은 미혼자더러 하라는 상사도 있지 않은가. 특히 30, 40대 싱글 여성은 일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그저 ‘노처녀’로 낙인찍힌다. 1인가구를 위한 저렴한 주택도 부족하다.

이런 차별 때문에 미국에는 독신자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와 잡지, 웹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저자가 찾아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경우 공적 보조금을 투입해 1인가구를 위한 도심 공영주택을 넉넉히 공급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 생활을 풍부하게 마련해 놨다.

이 책에 1인가구 사회를 위한 해법이 만족할 만큼 탁월하게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결혼 장려 캠페인 같은 머쓱한 방식으로 1인가구를 부정하는 대신 현실적 변화를 촉구한 것에 공감이 간다. 곧 출범할 새 정부의 인사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걸핏하면 애인의 유무와 결혼 계획을 묻는 직장 상사들도.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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