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을 강조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 중소기업이 많이 포진한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이 대기업이 많은 코스피의 상승률을 압도하고 있는 것.
○ 대선 뒤 코스닥 수익률 코스피 앞서
지난주 마지막거래일인 11일 코스닥지수는 515.4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515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12일(521.43)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지수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것은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다. 지난해 12월 20일과 비교하면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7.56%나 된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시장에서만 2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덕분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정보기술(IT), 의료 업종의 상승률은 10%에 가깝다. 경기소비재(6.27%), 에너지(5.56%), 필수소비재(5.09%)가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주 1,996 선으로 끝난 코스피는 대선 직후와 비교하면 0.14% 떨어졌다.
동아일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대선 이후 코스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0개 종목 중 76개가 코스닥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 상위 1∼3위도 모두 코스닥 종목이 휩쓸었다.
○ 중소기업 지원 ‘근혜노믹스’ 덕분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가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활성화 의지를 꼽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 당선인이 결국은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중소형 종목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지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산층 붕괴 등 우리나라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을 적극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닥도 급등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박 당선인이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심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을 때 주식시장이 보인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 날 코스닥지수는 1.93% 급등했다.
다른 요인도 있다. 원화 강세로 수출 중심인 대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자 내수 위주인 코스닥 종목들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 최성환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시장 안에선 삼성전자 말고는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이 없다”며 “원화 강세까지 더해지며 코스닥으로 관심을 돌린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다른 달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르는 ‘1월 효과’가 코스닥시장에서 더 힘을 발휘한다는 해석도 있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초에는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의 주가가 더 오르게 돼 코스닥시장에서 ‘1월 효과’가 잘 나타난다”며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이어진다면 코스닥의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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