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항 등 인프라 척도… 세계 평균에 훨씬 못미쳐
높은 세금-관료주의도 문제… 비자 발급 늦어져 업무 차질
헤알화 약세-원화 강세 겹쳐… 브라질 투자자들 가슴 졸여
2012년 내내 계속된 브라질 헤알화 약세로 브라질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미국 달러당 2.0헤알 수준에서 횡보하던 환율은 약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올해 초에는 달러당 2.05헤알 수준으로 떨어졌다. 헤알화 전망도 한국의 원화 강세와 겹쳐 불투명한 편이다.
환율은 그 나라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데 최근 헤알화 약세는 구조적인 것인가, 아니면 약한 환율을 원하는 브라질 정부의 개입에 의한 일시적인 것인가?
브라질 중앙은행은 최근의 약세 흐름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2.0헤알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앙은행장인 톰비니 씨는 “과다한 환율 약세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상원위원회에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 연속적으로 발표된 전월 경제지표들은 한결같이 브라질 경제가 예상해 왔던 것과 달리 본격적인 회복이 계속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2년 경제성장률은 1.0% 내외에 머물렀다. 2013년에도 브라질 정부는 4.0%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3.0∼3.5%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환율 약세는 이런 경제지표들과 함께 글로벌 경제의 약세 흐름 속에서 잘 버텨주지 못하는 브라질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의 표출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실망감은 곳곳에서 보인다. 3년 전 ‘브라질 비상(take off)’을 전면 표지에 실었던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기업가 정신의 고양에 실패하고 투자활성화, 생산성 향상이라는 적절한 경제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브라질 재정경제부 장관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이 내용은 브라질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브라질이 자타가 인정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소위 ‘브라질 코스트’라 불리는 장벽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프라 부족, 복잡하고 높은 세금, 관료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각국의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수준을 1점에서 7점 척도로 환산해 비교해 보면 한국은 5.9점으로 최상위에 위치한 반면 브라질은 전 세계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3.6점에 불과하다.
관료주의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브라질 우체국은 상파울루에 있는 미국 영사관이 DHL에 미국 비자를 독점 배달하도록 한 데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간 내에 비자를 받지 못했다. 수개월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12월 초 DHL의 업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정부가 이런 일에 개입함으로써 여러 가지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상파울루 미국영사관에는 비자를 직접 수령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고 기다림과 몸싸움으로 많은 시민들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런 여러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성장하는 내수 시장과 엄청난 천연자원을 노린 외국인 직접 투자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600억 달러를 훨씬 넘는 돈이 브라질에 투자됐다.
브라질 정부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8월, 11월 연이어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12년 12월에는 그동안 꺼려 왔던 추가 공항 민영화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면 장기적으로 브라질 경제에 도움이 되는 여러 조치들이 조금씩 시행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수차례 발표된 대책들이 실제 투자로는 빠르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는 논어에 담긴 말씀을 지구 반대편 브라질 정책 입안자들은 한번쯤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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