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이른바 ‘청년 백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이 일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아니다. 모두 대학 졸업자들이다.
한 정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에 30만 명도 안 되던 청년백수는 2011년에 100만 명을 넘었다. 대학진학률은 더없이 높아졌지만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그 증가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가 왔다.
2008년부터 대학 진학률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기에 이는 중요한 변화다. 여기에 맞춰 고졸자도 과감하게 뽑는 ‘열린 채용’이 조금씩 늘고 있다. 열린 채용은 학벌이나 학력과 같은 소위 ‘스펙’보다 능력을 보고 사람을 쓰는 것이다. 대학에 가는 이유가 단지 취업에 있다면, 굳이 대학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조금씩 오고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능력에 맞춰 취업한다면 청년 백수 문제는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열린 고용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같은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동서발전,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고졸채용의 성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열린 채용 분위기가 민간부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러한 공공부문의 선도적인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성공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병역과 채용의 연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병역문제가 고졸채용 확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와 직장 그리고 군대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고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고졸사원의 장기 경력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고졸 청년층이 비전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일선학교는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아직 쓸 만한 고졸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아직도 귀에 익숙한 말 가운데 하나가 ‘남아선호사상’이다. 요즘 우리는 일상에서 이 말을 거의 들을 수 없다. ‘학력중시 사회’도 마찬가지로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수 있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학력보다 능력이 대접받는 사회를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다. 청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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