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모 씨(31)는 지난해 대선 테마주 광풍에 휩쓸려 수백만 원을 손실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테마주 시장에 뛰어든 건 지난해 11월 말. 황 씨가 매수한 종목의 주가는 이틀 동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12월 들어 주가가 바닥 모르고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한가 행진은 대선 전까지 이어졌다. 결국 손을 털었지만 결과는 원금의 30% 손해. 신기루와 같은 테마주의 허망함을 맛본 그는 “다시는 테마주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랬던 그가 이달부터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일부 대선 테마주가 아직 꿈틀거리며 살아있었기 때문. 다시, 테마주의 유혹이 시작됐다.
○ 테마주 ‘묻지마 투자’ 여전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정치 테마주 시장의 ‘잔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테마주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 오름세다. 박 당선인 테마주는 어찌 보면 ‘살아있을 법’하지만 문제는 안철수 테마주가 박 당선인 테마주보다 상승폭이 크다는 점.
16일 코스피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미래산업은 전일 대비 74원(14.98%) 오른 568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18일(278원)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오른 것. 안랩(14.87%)과 솔고바이오(14.62%) 오픈베이스(14.78%)도 며칠 연속 오르더니 이날은 상한가로 마감했다.
써니전자의 주가 상승세는 무섭다. 대선 이후 374%나 올랐다. 10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해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박 당선인 테마주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G(5.09%) 보령메디앙스(0.42%) 아가방컴퍼니(0.68%) 등이 일제히 올랐다.
안철수 테마주의 평균 상승폭은 박근혜 테마주의 배가 넘는다.
일부 투자자들은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새로운 테마주가 무엇이 될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 실적 무관하게 주가 널뛰기
전문가들은 적기에 테마주 시장을 떠나지 못한 개미들의 ‘폭탄 돌리기’가 다시 테마주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액을 보전하기 위해 테마주를 옮겨 다니며 단기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산업, 안랩, EG 등 주요 테마주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98%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투자자들은 테마주별로 종목의 순위를 정해놓고 1순위 주가가 빠지면 2순위 주식을, 2순위 주가가 빠지면 3순위 주식을 사는 패턴을 보인다”며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테마주의 특성상 개인 투자자가 몰려다닐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널뛰기하는 건 여전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정치복귀설, 대통령 정책 수혜설 등 각종 ‘설’ 등만 난무할 뿐 기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팀장은 “무분별한 테마주 난립은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고 개인 투자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테마주 투자자들에 대해선 늘 거래소에서 감시망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