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케이스 스터디]펀경영으로 대박 친 ‘여행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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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더 위에 노는 놈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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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8월, 신창연 대표가 직원 3명과 자본금 250만 원으로 시작한 여행박사는 현재 직원 200여 명, 송객 실적 27만 명, 매출액 120억 원이 넘는 ‘작지만 강한’ 여행사가 됐다. 여행박사는 ‘회사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신 대표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이에 공감하는 직원들의 열정이 더해져 매년 빠르게 성장했다. 창립 이듬해인 2001년 5억 원이 채 되지 않던 매출액은 2003년 35억 원, 2005년 72억 원, 2007년 157억 원으로 급증했다. 여행박사는 당시 불었던 주식시장 상장 바람에 가세해 T사와의 인수합병(M&A)을 거쳐 에프아이투어라는 이름으로 상장에 성공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모기업인 T사 경영진의 불법 대출과 주가 조작 논란으로 8개월 만에 상장이 폐지됐고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여행박사는 6개월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재기했다. 연봉 1원을 받기로 하고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기꺼이 내놓은 100여 명의 직원 덕분이다. 이들로부터 모은 23억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여행박사는 재기에 성공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1호(1월 15일자)에 실린 여행박사의 성장 스토리를 소개한다. 》

○ 무조건 회사는 즐거워야 한다

신 대표의 인생철학이자 경영철학은 ‘재미있게 살고, 재미있게 경영하자’다. 그는 “회사는 집보다 더 좋은 곳, 더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며 창업 때부터 즐거운 직장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여행박사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직원들의 복리후생과 근무 여건 개선에 쓰고 있다. 서울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여행박사 건물 1층에는 직원들을 위한 북카페가 있다. 사옥 지하에는 노래방 및 운동 시설이 마련돼 있고 각 층마다 독특한 콘셉트의 미팅룸도 있다.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미팅룸에서 직원들은 사내 매점에서 판매하는 맥주를 마시며 야간 회의를 한다. 옥상에 마련돼 있는 하늘정원에서는 날씨 좋은 날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다. 무료 사택은 다른 여행사 직원들이 특히 부러워하는 복리후생 제도다. 여행박사는 서울과 부산에 30평 아파트를 각각 5채, 2채 마련해 지방 출신이거나 출퇴근에 왕복 3시간 이상이 걸리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공과금만 내면 된다.

이 외에 여행박사에는 독특한 포상금 제도가 많다. 골프에 입문해 1년 안에 남성의 경우 100타, 여성은 120타에 성공하면 1000만 원을 준다. 전 직원 투표 때는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는데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100% 투표율을 기록해 전 직원이 각각 50만 원씩 받았다.

다소 독특해 보이는 복리후생 제도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직원들을 즐겁게 해주면 성과는 당연히 따라온다. 구성원의 성장과 행복이 곧 회사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초과 달성한 수익은 모두 인센티브

여행박사의 자본금은 23억5000만 원으로 회사의 지분은 신 대표를 비롯해 100여 명의 임직원이 골고루 갖고 있다. 전체 회사 지분 중에서 신 대표의 몫은 22%가량이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매년 말이면 사업부별로 다가오는 새해에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릴지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정한 목표치 대비 초과 달성한 수익은 전액 인센티브로 받는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 덕분에 2010년 한 직원은 1억 원가량의 인센티브를, 2012년에는 적지 않은 직원들이 2000만∼3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는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다. 직원들은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 팔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려고 점심시간에도 전화기와 컴퓨터 곁을 지켰다. 주말에는 시키지 않아도 회사로 일하러 왔다. 여행박사는 2012년 약 40억 원의 영업이익 중 28억 원가량을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과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 투표로 임원을 뽑는다

여행박사는 팀장, 본부장, 이사 등의 임원을 투표로 뽑고 있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누구든 공약을 내걸고 직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그 자리로 승진할 수 있다. 자리에 오른 후에는 매년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2년 차에는 60%, 3년 차부터는 7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인기투표’로 전락할 거라며 임명제로 되돌리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신 대표는 투표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임명제에서 탈락하면 자기 능력을 헤아리기보다 떨어뜨린 윗사람 원망만 하게 된다”며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고쳐서 다음 선거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투표제에 대해서 비교적 만족하는 편이다. 누구든 욕심이 나면 도전해볼 길이 열려 있고, 학력과 파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잘 보이기 위한 아부가 적어지고, 재신임 선거를 의식해서 늘 긴장하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투표제를 찬성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 과감한 권한위임… 뼛속까지 닮은 임직원 ▼

① 즐거움을 추구하는 최고경영자(CEO)


‘회사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경영방침을 세운 신창연 대표는 스스로도 일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하 직원들에게 즐겁게 일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CEO가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면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조직에는 큰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일 자체를 즐거운 놀이라 생각하는 CEO의 자세는 부하 직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이되고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② 과감한 권한 위임과 인센티브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관리, 통제는 20세기 방식이며 이로부터 직원을 해방시켜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식, 근면, 순종보다는 열정, 창의성,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박사는 이러한 권한 위임의 경영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이다. 여행박사 직원들은 매년 말, 이듬해 목표를 스스로 세운 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목표 대비 초과 달성한 수익은 인센티브로 돌려받는 만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직원이 많다. 과감한 권한 위임과 인센티브는 직원들을 끊임없이 도전하게 함으로써 위기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도록 유도했다.

③ 탁월한 조직문화

여행박사는 자유분방한 조직문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일 자체를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모여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여행박사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기 전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두고 있다. 만약 즐거움, 혁신, 도전, 열정이라는 여행박사의 DNA에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정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기업문화에 대해 공감대를 가진 직원들 간의 유대감과 소통은 조직의 활력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0호(2013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따로 또 같이’ 교세라의 지혜

▼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


소니, 샤프 등 일본의 대표 전자회사들이 과거의 영예를 잃고 매출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교토에 본사를 둔 교세라는 탄탄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1959년 교토 세라믹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53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메바 경영’이라 불리는 독특한 기업문화다. 중앙집중적이고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다른 전자회사와는 달리 교세라는 직원들을 5∼50명 단위의 세포 조직으로 나눠 주인의식과 유연성을 갖고 일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사업 분야도 자연스럽게 전자기기, 반도체 부품, 산업용 세라믹 등으로 다양해졌다. 아메바 경영의 성공 요인과 한계를 심층 분석했다.


유대인 이긴 한국인의 ‘전념’

▼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한국인의 성실함은 외국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미국에서 지독하기로 소문난 유대인들도 한인들에게는 못 당한다는 말도 있다. 한인이 하는 야채가게는 유대인이 하는 가게보다 30분 일찍 문을 열고, 이를 본 유대인이 1시간 일찍 나오면 한국인은 아예 24시간 영업으로 바꾼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성실함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인들은 뚜렷한 목적을 정하면 그것을 향해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목적지향성도 갖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객관적 실력은 일본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거의 항상 일본을 이기는 것도 이런 강한 목적지향성 때문이다. 성실함과 목적지향성이 잘 조화되어 ‘전념’이라는 한국인의 특성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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