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혹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다. 문제 정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과거 우주 진출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던 미국과 소련은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그러던 중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필기구가 경쟁 대상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공간처럼 중력과 온도, 습도 등 조건이 완전히 다른 상태에서 쓸 수 있는 펜을 개발하기 위해 ‘스페이스 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국 미국은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우주 펜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우주 비행사들은 의기양양했다. 그들은 이 펜을 자랑하기 위해 소련 우주비행사들을 찾았다. 미국의 자랑을 접한 소련 우주비행사들은 “우리는 연필을 쓰는데 굳이 어렵게 우주 펜을 개발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몇백 원짜리 연필로도 충분할 것을 120만 달러나 들여 우주용 펜을 개발하는 낭비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이 문제 정의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볼펜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정의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들었다. 소련은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 실험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정의했다. 문제에 적합한 답을 찾다 보니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볼펜 대신 연필을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됐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다면 문제 정의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주요 질문(Key Question)을 정리한다.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구체적이고 간결한 형태로 정리해야 한다. 둘째, 핵심 의사 결정자가 누구이며 그가 고려하는 의사 결정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의사 결정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것이다. 셋째, 해결 방안의 범위를 정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시간이나 돈, 사람 등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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