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있던 자리 아웃렛이 생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롯데, 서울역에 첫 도심형 아웃렛 매장 오늘 오픈

18일 문을 연 서울역 롯데 아울렛 전경. 유통 대기업이 서울에 아울렛을 연 것은 처음이다. 이 아울렛의 성공 여부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18일 문을 연 서울역 롯데 아울렛 전경. 유통 대기업이 서울에 아울렛을 연 것은 처음이다. 이 아울렛의 성공 여부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 아웃렛이 18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에 문을 연다.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첫 서울 도심형 아웃렛이다. 원래 갤러리아 콩코스백화점이 있던 자리였지만 서울역 역사(驛舍)를 운영하는 한화역사가 롯데에 20년 장기 임대해 주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곳 외에도 올해 경기 이천과 충남 부여에 아웃렛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반면 올해 오픈하는 백화점은 없다. 백화점 업계 2, 3위인 현대와 신세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새로 문을 열 백화점은 없다.

이로써 1997년부터 치열한 외형 성장과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여온 백화점 ‘빅3’ 모두 올해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백화점을 출점하지 않게 됐다. 올해 아웃렛만 4개가 신규 오픈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소비의 시대’를 이끌던 백화점 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웃렛 전성시대

롯데는 서울역 아웃렛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영업면적이 1만2000m²로 일반 백화점 규모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서울역 유동인구가 하루 40만 명에 이르는 데다 인근 오피스 지역 고객이 15만 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경부선 KTX, 경의선 철도를 이용하는 지방 고객과 도심 공항철도를 통해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잠재적 고객이다.

‘이렇게 좋은 상권에 왜 기존 백화점은 잘 안 됐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한 점포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식품에 가전, 가구까지 파는 백화점과 달리 패션 할인상품 위주로 특화했다. 현재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인기 패션 브랜드 120여 개를 지상 2∼4층 매장에서 평균 30∼70% 할인된 가격에 파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업면적이 작은 점포인데도 전사적인 관심이 쏠려 있다”며 “서울역 아웃렛은 향후 백화점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 서울역 롯데 아웃렛 점장은 “아웃렛은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의 확산으로 매출이 매년 두 자리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지난해 롯데 아웃렛 매출은 업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웃렛과 백화점 고객은 다르다’고 큰소리치던 주변의 다른 백화점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출에 타격을 준다면 아웃렛의 백화점 시장 잠식효과가 증명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초로 2007년 아웃렛 시장에 진출한 신세계도 계열사인 신세계사이먼을 통해 올해 부산에 3호점을 낸다.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4호점 오픈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내년 오픈을 목표로 김포 프리미엄아웃렛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백화점 3사는 아웃렛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경기 파주에서 부지 선점 문제로 한 차례 부딪친 바 있는 롯데와 신세계는 부산과 여주, 이천 지역에서도 전면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체들도 아웃렛 전용 물량 생산에 나섰다. 애초 아웃렛은 재고(在庫)를 파는 모델로 시작했지만 아웃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아웃렛 매장용 제품을 따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교외형 아웃렛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주요 패션브랜드들은 이미 아웃렛 전용 라인을 만들어 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상층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코치’다.

코치는 한국에서도 이달 초 롯데 아웃렛 파주점과 김해점에 아시아 시장 최초로 라이프스타일 전문매장을 열었다. 가방뿐 아니라 옷과 남성제품까지 한번에 살 수 있는 사실상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아웃렛에서 선보이는 셈이다. 아웃렛 전용 모델을 주로 판매하는데 재고가 소진되는 즉시 홍콩에서 물량을 받아 아웃렛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 백화점 쇼핑 비주류 되나


고성장하고 있는 아웃렛과 달리 기존 백화점 점포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지난해에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떨어지는 달이 많았다. 지식경제부의 백화점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월별 매출은 2011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롯데쇼핑 내에서도 백화점 매출 비중은 2011년 상반기(1∼6월) 36.3%에서 지난해 상반기 34.2%로 줄어드는 추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한파가 돕지 않았더라면 연간 매출마저 전년과 비교해 떨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는 이 같은 매출 정체가 구조적인 소비행태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 최초의 백화점은 1906년 일본 미쓰코시의 명동 출장소였지만 본격적인 성장시대는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서울올림픽 이후 백화점으로 대변되는 본격적인 ‘소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성장 시대 소비자들은 미래 자신의 수입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고급 제품, 고급 서비스에 돈을 썼다. 2000년대에는 해외 고급 브랜드가 쏟아지면서 명품관 경쟁이 벌어져 백화점시장 규모는 2011년 27조 원으로 커졌다.

그러나 중산층 소비자들은 저성장 시대를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백화점을 외면하고, 신상품보다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장기 침체에 높은 실업률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백화점 시장은 정체할 것”이라며 “다양한 유통채널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도 “내부적으로도 국내 백화점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며 “소도시에 패션 전문관이나 다른 형태의 유통업을 개발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업계는 당장 대형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한 부지 확보와 자금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올해 서울 동대문 패션몰, 내년 경기 수원역사 등에 복합쇼핑몰을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경기 판교와 광교신도시에, 신세계그룹은 수도권 동서남북에 모두 쇼핑몰을 만드는 ‘신세계 교외형 복합쇼핑몰 벨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가 2017년까지 문을 열 예정인 복합쇼핑몰만 6개에 이른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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