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지수가 3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가운데 물가마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2% 하락했다. 2009년 10월(―3.1%)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국내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 ―0.5%를 기록한 뒤 11월 ―0.9%, 12월 ―1.2%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경기부진으로 1차 금속제품이 11.8% 떨어지는 등 공산품 물가가 2.7% 하락했다. 농수산품 물가 역시 축산물(―20.3%)을 중심으로 3.8% 하락했다.
한은이 올해부터 새로 발표한 국내공급물가지수와 총산출물가지수 역시 하락했다. 국내 상품·서비스의 물가를 가공단계별로 측정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국내기업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가격의 등락을 보여주는 ‘총산출물가지수’는 2.6%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원-달러 환율 수준이 전년 동기 대비 4.7%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며 수입 원자재 가격과 공산품 제조원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변화에 앞서 움직이는 생산자물가가 하락하면서 일각에서는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까지 한국의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분기 연속 0%대에 그칠 정도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매출도 5.9% 감소하면서 내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통화량 증가율이 4개월 연속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번에 생산자물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 증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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