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맹자 “발탁 인사땐 ‘不得已 원칙’을 지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측근-고관보다 백성이 인정할 때 충분히 살펴본 뒤에 등용해야”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해 국정 책임자 곁에 두는 것을 ‘진현(進賢)’이라고 한다. ‘어질고 능력(進) 있는 사람을 끌어올린다(賢)’는 뜻이다. 탕왕은 죄수 출신 주방장 이윤을 진현해 600년 상왕조의 기틀을 세웠고 진나라 목공은 소여물을 먹이던 백리해를 진현해 진나라 세력을 천하에 크게 떨쳤다. 한나라 고조는 장량과 한신, 소하를 진현해 천하를 통일했다. 모두 탁월한 발탁 인사로 한 나라를 강하게 한 역사적 실례다.

그런데 발탁 인사는 무명의 인사를 하루아침에 재상 자리에 올릴 수도 있고 먼 곳에 있던 사람을 가까운 곳에 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맹자(孟子)’는 발탁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모든 백성의 공감대를 꼽는다. 국가의 큰일을 결정하는 사람을 뽑을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일명 ‘부득이(不得已)’ 발탁 인사 원칙이다.

“주변 측근들이 모두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발탁해서는 안 됩니다. 관직에 있는 몇몇 고관이 모두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발탁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직접 충분히 살펴본 후에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타당성이 있을 때 비로소 등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백성의 대표자로서 인재를 발탁하는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발탁 인사에는 주변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고 지도자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백성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발탁 인사는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결국 인사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인사는 불신을 부르고 공평치 못한 밀실 인사는 의혹을 낳는다. 지도자 스스로 좋다고 해서 바로 발탁할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동의를 얻은 후 부득이하게 등용한다면 그것은 지도자 혼자가 아닌 국민 모두가 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많은 사람의 관심과 시선이 쏠려 있다. 초기 인사를 어떤 방식으로 단행하느냐에 따라 차후 인사를 가늠할 수 있기에 국민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군진현(君進賢) 부득이(不得已)’라고 지적한 맹자의 발탁 인사 원칙을 새겨야 한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발탁 인사#부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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