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3, 145개국서 色다르게 팔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삼성전자 갤럭시 S3 색상으로 본 ‘세계 컬러 지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시장에 4억 대가 넘는 휴대전화를 팔았다. 매년 제품을 내놓는 국가도 늘고 있다. 2010년 ‘갤럭시S’는 112개국에, 이듬해 나온 ‘갤럭시S2’는 135개국에 출시됐다. 지난해 5월 나온 ‘갤럭시S3’는 이보다 많은 145개국에서 팔렸다.

휴대전화의 색상은 다양하다. 사파이어 블랙, 페블 블루, 마블 화이트, 앰버 브라운, 가넷 레드…. 그런데 지역마다 모든 색상의 휴대전화를 내놓지는 않는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색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컬러 디자이너’들은 세계 소비자들의 색상 선호지도를 그려보며 휴대전화 컬러 전략을 세우고 있다.

○ 휴대전화 컬러 속 ‘지역 코드’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만난 삼성전자 휴대전화 ‘컬러 디자이너’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수진 연구원, 김현숙 책임디자이너, 강정아 선임디자이너. 삼성전자 제공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만난 삼성전자 휴대전화 ‘컬러 디자이너’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수진 연구원, 김현숙 책임디자이너, 강정아 선임디자이너. 삼성전자 제공
컬러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숙제는 그해에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삼성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색상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화장품 용기를 디자인하다 10년 전 삼성전자로 옮긴 김현숙 책임디자이너(41·여)와 강정아 선임디자이너(32·여), 박수진 연구원(28·여) 등 모바일본부 소속 컬러 디자이너들은 예술가적 상상력이 담긴 ‘작품’인 동시에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새로운 컬러를 앞세워 선보이고 있다.

컬러 디자이너들은 수시로 해외 출장을 간다. 현지 바이어들도 만나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일반 소비자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이다. 김 책임디자이너는 “평범한 개인도 자세히 지켜보면 그 지역과 인종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페르소나(persona)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국가별 출시 색상은 이 같은 지역 및 인종 연구를 바탕으로 판매 수치와 유행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은 핑크, 레드 계열의 색상이 몇 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여성 소비자들은 색감이 강한 원색보다는 화이트 톤이 섞인 연한 파스텔 계열을 선호한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유치하다며 외면하는 색상이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고려해 그동안 고무장갑과 비슷한 진한 핑크색의 휴대전화를 출시했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이보다 연한 ‘인디언핑크’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한 핑크색인 ‘마션 핑크 갤럭시S3’를 한국 시장에만 내놓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1990년대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검은색과 메탈 색상이 여전히 인기다. 휴대전화가 한 달 월급을 털어야 살 수 있는 비싼 물건이다 보니 책상 위에 고상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보수적인 색상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특색도 많이 반영된다. 러시아는 바실리 성당이나 크렘린 궁에서 드러나듯 전통적으로 붉은색과 금색을 좋아한다. 지난해 글로벌하게 유행을 끌었던 분홍색도 시장별로 조금씩 톤이 다르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는 보라가 섞인 분홍색, 러시아에선 붉은색이 강한 분홍색이, 남미에서는 와인색에 가까운 분홍색이 인기를 끌었다.

○ 휴대전화 컬러 속 ‘시대적 코드’

휴대전화 컬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별 흐름도 읽을 수 있다. 강 선임디자이너는 “10여 년 전 출시됐던 ‘T100(이건희폰)’ ‘E700(벤츠폰)’ 등 피처폰들은 검은색, 흰색, 회색이 전부였다”며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가 워낙 고가였던 데다 주로 비즈니스맨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색상을 뽑았다”고 했다.

휴대전화가 점점 보편화되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색상은 점점 발랄해졌다. 휴대전화가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바타’ 역할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2005년 모토로라가 내놓은 형광 분홍색의 ‘핑크 레이저’는 세계적으로 500만 대 이상 팔리며 블랙과 화이트 위주의 휴대전화 시장을 흔들었다. 삼성전자도 이 영향으로 2007년 ‘컬러재킷폰’을 내놓고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원하는 색상으로 케이스를 바꿔 끼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 덕에 컬러재킷폰은 출시 첫달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판매대수 10만 대를 넘겼다. 이후 24가지 컬러로 출시된 ‘고아라폰’(2007년), 청소년 소비자를 타깃으로 형광색과 원색으로 무장한 ‘코비폰’(2009년) 등 원색의 물결은 이어졌다.

○ “우리가 선택한 컬러가 곧 글로벌 트렌드”

시대적 유행과 지역별 인기색도 중요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삼성전자의 전체 컬러 정체성을 이어가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기본 색상은 신뢰감을 주는 파란색이다. 삼성의 로고도 파란색이고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개발한 휴대전화도 대부분 푸른색 계통으로 먼저 출시됐다.

‘갤럭시’나 ‘노트’처럼 시리즈로 출시되는 제품은 라인 전체의 통일성도 중요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추구한 모바일 컬러 콘셉트는 ‘자연’이었다. 보석과 돌, 광물 등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페블 블루’ ‘가넷 레드’ ‘티타늄 그레이’ 등이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세계 1위로 올라선 점도 향후 삼성전자의 컬러 전략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책임디자이너는 “이제까지는 주로 그해 유행 컬러를 따라가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색이 곧 유행 색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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