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中企 등 건의 봇물 ‘최소 진입장벽’ 요구 많아
업계 숙원 해결도 좋지만 무리한 요구는 해결 걸림돌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손톱 밑 가시’ 발언으로 각종 규제 해소와 지원을 요구하는 소상공인들의 청원이 국회에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가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밑바닥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지나친 요구는 오히려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소상공인업계는 지난해 말 27개 관련 단체의 요구사항 60여 가지를 정리해 국회에 접수시켰다. 국회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비해 비교적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며 “박 당선인이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큰 만큼 소상공인들의 청원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가 국회에 접수된 소상공인들의 요구사항을 살펴본 결과 대기업의 해당 업종 진출 방지처럼 업계 종사자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진입장벽’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았다.
옥외간판업계는 자격이 없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무자격 업체들을 정리해 달라는 요구안을 제출했다. 열쇠업계 종사자들도 법안을 제정해 음성적인 영업이 이뤄지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화훼업계도 사업자 인증을 통해 자격을 부여받은 업체들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했다. 무인경비업계에서는 에스원, ADT캡스 등 대기업들이 300m² 이하 사업장에서도 새로 영업하는 것을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형마트의 술, 담배 판매 금지 요청이나 도서정가제 완전 정착 등의 요구사항도 있었다.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달걀유통업계는 제품 수송에 쓰이는 일반 트럭을 지붕이나 뚜껑이 있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차량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신선식품으로 분류되는 달걀을 일반 트럭으로 배달할 경우 쉽게 상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차양업계는 에너지기술연구소 설립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요구사항들에 대해 ‘우리도 힘들다.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식의 요구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숙원이 해결될 가능성이 커진 반면에 자칫하면 자금 지원만 요구하는 업종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소상공인들이 겪는 문제점을 호소하기에 앞서 제도로 인한 문제인지, 개별 기업들이 자금난이나 경영애로 때문에 겪는 문제인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는 확실히 해소돼야 하지만 먹거리를 고수하기 위한 칸막이 세우기처럼 폐쇄적인 요구들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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