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채권 투자층이 법인 고객을 넘어 개인투자자로 넓어진 한 해였다. 지난해 4월부터 개인고객도 증권사를 통해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할 수 있게 됐고, 9월 11일 처음 발행된 30년물 국채를 놓고 고액자산가들이 치열한 투자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절세 효과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기준이 연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아져 세(稅)테크 수단으로 채권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 올라도 돈 샐 걱정 없는 채권
절세 효과와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는 물가연동국채(물가채)가 대표적이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이자를 올려줘 물가 상승으로 원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채권이다.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물가상승률만큼 늘어나고, 불어난 원금을 바탕으로 이자가 붙는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물가채에 10년간 투자했고, 해당 기간 물가가 연평균 4% 오르면 원금이 1억4000만 원으로 불어난다. 물가채에 표시된 이율만큼 받는 이자도 불어난 원금을 기준으로 산정해 지급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까봐 걱정하는 고액자산가들한테는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물가가 올라 늘어난 원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며 표면이율에 따라 거둔 수익도 분리 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분리과세란 다른 금융소득과는 관계없이 해당 소득에 대해 일정 세금을 내면 더이상의 과세의무가 없어지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2015년 1월부터 발행되는 물가채에는 원금증가분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지금 물가채를 사두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부터는 개인투자자들이 물가채에 투자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작년 4월부터 매달 증권사와 은행 등 국고채전문딜러를 통해 1명당 최소 10만 원부터 최대 10억 원까지 직접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물가채는 매달 총 4일 동안 판매되는데 지난해 8월부터 이번 달까지 연속으로 조기에 마감됐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특히 10월부터는 계속 판매 하루 만에 마감된 만큼 첫째 날에 청약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세제 혜택 동시에
브라질국채는 국가 부도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고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의 조세협약에 따라 국내에서 투자할 경우 가입금액과 조건에 관계없이 이자소득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채권 평가에 따른 이익이나 환차익이 생겨도 비과세다.
처음 거래를 할 때 투자액의 6%를 금융거래세(토빈세)로 내야 하지만 연 10%인 표면금리를 감안하면 다른 채권에 비해 높은 세후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물가연동국채도 주목받고 있다. 이자와 원금이 브라질 소비자 물가에 연동되는 상품이다.
표면이자는 6% 정도로 브라질국채보다는 낮지만 최근 5년간 브라질 물가가 연 5%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브라질국채 못지않은 수익이 기대된다.
다만 계속되는 원화 강세로 예전에 브라질국채에 투자한 사람들이 환차손을 입는 사례가 더러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계속 이어지기 어렵고 현재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충분히 떨어진 만큼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 견해도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 브라질국채 투자를 이끌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브라질국채 상품의 누적 판매금액이 1조 원을 넘었다고 7일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2010년 브라질 국채 중개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11년 업계 최초로 월지급식 브라질채권신탁, 2012년에는 브라질 물가연동국채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브라질국채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종필 미래에셋증권 상품마케팅본부장은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투자환경이 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과 비과세 혜택을 함께 가진 브라질국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면서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할 때는 되도록 장기 투자를 해야 변동성은 줄이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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