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오후 4시만 되면 ‘완판(완전 판매)’되는 과자가 있다. 하루에 3000개가량 팔린다.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 손님 한 사람당 9개까지만 살 수 있다. 이 과자의 고향은 독일 로텐부르크다. 과자 반죽을 눈덩어리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아 튀긴 ‘슈니발렌(Schneeballen)’이다.
‘강남 과자’로 등극한 슈니발렌의 인기 뒤에는 정승환 슈니발렌코리아 대표(38)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는 독일에서 주로 칼로 썰거나 손으로 뜯어먹는 슈니발렌에다가 재미를 더해 고객이 직접 망치로 톡톡 깨 먹도록 했다. 22일 만난 정 대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바삭한 맛을 강화하고 고객이 직접 망치를 쓰게 해 먹는 재미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이런 펀(Fun) 마케팅에 힘입어 슈니발렌은 서울 강남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서울 명동 거리에 ‘짝퉁’이 등장하기도 했다.
샌드위치와 햄버거 전문점을 운영하던 정 대표는 지난해 9월 슈니발렌 사업권을 사들였다. 처음엔 단순히 디저트 메뉴 중 하나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인수를 한 뒤 고민이 생겼다.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차별화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고객들이 직접 망치로 과자를 깨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슈니발렌을 망치로 깨뜨려 고객들에게 팔곤 했다. 조금 부드러운 편인 슈니발렌을 좀 더 바삭바삭하게 만들면 망치로 깨뜨리기에 더 적합해질 것 같았다. 그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원래보다 기름기를 줄이고 초콜릿, 딸기, 시나몬, 치즈 등 다양한 토핑을 얹기로 했다. 고객들에게 골라 먹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였다.
과자 깨는 망치도 상품화했다. 1만3000원짜리 나무망치도 과자와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여기다 재료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알루미늄 케이스를 도입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그러자 우리나라 유행의 시작점인 서울 강남에서 슈니발렌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1호점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하루 매출은 1000만 원을 넘는다. 기다리는 손님이 너무 많아 이례적으로 식품관 안에 매장을 하나 더 냈다. 정 대표는 “고객들을 기다리게 만들어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호점을 연 지 5개월 만에 백화점 직영점만 47곳(오픈 예정지 포함)이나 된다.
슈니발렌 열풍에 대해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독일에서 온 명품 과자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케이스로 포장하는 등 제품에 스토리텔링을 잘 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점포 수가 늘어나 희소성이 사라진 후에도 고객들의 호응이 계속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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