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논란 긴급 점검]<중> 독점이 부른 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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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年 3000억 보전해줘도 5000억 적자 싣고 달린다

하루 승하차 인원이 평균 96명 정도에 불과한 경북선 예천역은 역장과 부역장 2명을 포함해 6명의 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이 근무한다. 직원 1인당 하루 평균 승객이 16명이다. 국토해양부가 15일 발표한 코레일 임직원 평균 임금 6700만 원을 적용하면 연간 수입이 1억7400만 원인 이 역의 인건비는 연간 4억200만 원에 이른다. 인건비가 수입의 2.3배다. 역사 운영 및 관리비, 경상경비, 시설유지 비용 등을 더하면 비효율성은 심각해진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역은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영동선 춘양역은 연평균 수입이 7800만 원인 데 비해 직원 14명의 인건비는 연간 9억3800만 원이나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비효율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철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코레일에 매년 3000억 원 안팎의 공익서비스 보상금(PSO·Public Service Obligation)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경영 효율성 제고를 철도 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주요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코레일은 “1인당 여객수송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위 수준으로 운영효율성이 높다”며 국토부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경쟁 도입의 필요성을 일축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 적자와 부채 지속 증가

한국 철도는 1899년 이후 114년 동안 정부가 독점 운영하면서 여러 폐해를 낳았다. 코레일은 2005년 출범 이후 다양한 경영 개선 노력을 했으나 경쟁이 없는 공기업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속철도는 2011년 기준으로 4686억 원의 영업흑자를 냈지만 일반철도 운송 분야는 7년 연속 1조 원대의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운송 영업실적을 합치더라도 매년 5000억 원 이상 적자다. 특히 2011년 일반철도 적자폭은 1조2990억 원으로 하루 평균 적자가 35억6000만 원에 이른다. 부채 규모는 2005년 5조8000억 원에서 2011년 10조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레일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코레일이 철도시설공단에 선로사용료 명목으로 2011년에 낸 금액은 1913억 원인데 이는 KTX 건설부채 이자인 4415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철도시설공단의 고속철도 건설부채는 2011년 기준 14조 원에 이르고 있어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시민소비자 단체도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코레일 노사는 경쟁체제 도입이 곧 민영화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 1인당 평균 인건비 6200만∼6700만 원

만성 적자와 막대한 부채 속에서도 코레일의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코레일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국토부에 따르며 코레일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증가를 꼽았다. 비용이 수입의 191%인데 그중 인건비가 수입의 90%에 이르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코레일 직원 수는 2010년 2만9958명에서 2011년 2만9479명으로 479명 줄었는데도 같은 기간 총 인건비는 오히려 1000억 원이 늘었다. 1인당 평균 인건비가 6700만 원에 이른다. 코레일 측은 “경영평가 성과급 등을 제외한 경영공시 기준 순수 인건비는 6196만7000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코레일 간의) 논란을 들여다보면 결국 국민 전체의 이익과 3만 명 코레일 임직원의 독점 보장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 코레일 “4년 반 동안 운임 안올려”

코레일은 국내의 낮은 철도 운임 수준이 경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2007년 이후 4년 반 동안 철도 운임을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비해 요금이 크게 낮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PSO도 이들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코레일 측은 “2011년 매표창구 36곳을 줄이고 채산성이 맞지 않은 34개 역을 정비하는 등 2008년 이후 강력한 자구 노력을 통해 약 4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줄였다”며 국토부의 코레일 부실경영 비판에 정면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PSO 등 코레일의 정부보조금 사용 실태를 심도있게 조사해 올해 안에 코레일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자 노선에도 경쟁을 도입한 일본과 유럽 주요국는 공익서비스 수준은 유지하면서 운영자에게 보조금을 적게 지급하는 최저보조금 입찰제를 시행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김선우·조용우 기자 sublime@donga.com

▼ 민간 참여땐 요금 어떻게 되나… 상한제로 묶고 입찰제안서에 요금인하 의무화 ▼

■ 국토부 설명으로 본 Q&A


정부가 2015년 수서에서 부산과 목포를 오가는 고속철도 운영에 민간 참여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독점 운영권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반발이 거세다. 철도 운영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설명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 도입이 왜 필요한가.

“새로운 철도 수요 창출 등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다. 철도 운송은 코레일이 장기간 독점하면서 시장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둔감해 경영 부실, 도덕적 해이 등 독점의 폐해가 크다. 현재의 운영 체제에서는 철도망을 건설할수록 부실이 더 커지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경쟁 도입보다 코레일의 경영효율화가 더 중요하지 않나.

“부채와 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코레일에 신규 노선 운영까지 맡기면 더 큰 부실을 양산할 우려가 높다. 코레일도 경영 개선대책을 마련해 노력하고 하고 있으나 경쟁이 없다 보니 효율과 서비스 향상, 안전 개선이 어렵다. 국민 편익을 향상시키고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코레일 스스로 강도 높은 경영 구조 개선을 추진함과 동시에 철도 운송시장에 새로운 맞수를 진입시켜 서로 경쟁하고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가 아닌가.

“철도 기반시설에 대한 매각이 아니고 코레일도 공사 형태로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다. 코레일의 소유와 경영 구조를 개편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점적 철도 운송시장을 경쟁시장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도로, 공항, 항만은 국가가 건설해 소유하고 운영은 민간기업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간이 참여하면 요금이 오른다는 걱정이 있다.

“철도 요금은 상한제로 운영되며, 사업제안서 요청 시 일정 수준 요금 인하를 의무화할 예정이므로 요금 인상의 우려는 없다. 오히려 입찰 제안요청서에 기본운임을 현재 대비 10% 이상 인하하도록 의무화하고, 제안서 평가 때 추가 할인을 제시하는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해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코레일도 KTX의 영업이익률이 약 29%이므로 요금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철도기획#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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