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조직 운영이 힘들땐 ‘재즈 즉흥연주’를 들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환경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경영자라면 사전에 짜인 악보나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공연을 하는 재즈의 즉흥연주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즉흥연주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신속한 실행은 조직 내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자들이 눈여겨봐야 한다.

미리 계획된 구조를 최소한으로 제한해 기존 관행을 깨는 새로운 코드 진행과 패턴이 지속적으로 발현될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도 즉흥연주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블루스에서 반복되는 건 블루스 12소절처럼 기본 뼈대를 이루는 최소한의 구조일 뿐이며, 나머지는 그때그때 새로운 코드와 패턴이 채워 나간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도 기본적인 뼈대(기업의 철학, 소비자에 대한 태도, 디자인 철학, 제품에 대한 기본 철학 등)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나 제품개발 팀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개인의 활동영역을 제공해 주는 접근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실수도 혁신의 원천으로 삼는다는 점 역시 즉흥연주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이다. 즉흥연주는 미리 계획된 연주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수가 필연적으로 나온다. 베테랑 연주자들은 이런 돌발 상황에 절대 당황하지 않고 실수 자체도 새로운 창조의 일환으로 변화시킨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팀원들 간 끈끈한 유대관계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리더십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즉흥연주를 수행하는 재즈 밴드에는 공동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가 리더인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특정 연주자가 주제를 던지거나 솔로를 할 때 잠시 리더의 역할을 하지만 이내 다른 연주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자신은 물러난다. 솔로를 이어받은 다른 연주자는 그 순간에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주제를 변환하거나 기존 주제에 맞는 솔로 연주를 한다. 이른바 모든 구성원들이 리더가 되는 ‘순환적 리더십(rotating leadership)’의 전형적인 예다.

즉흥연주의 의미를 파악했다면 현재 본인이 속한 조직의 디자인이나 제품혁신 팀원들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수를 창조의 원동력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유기적인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는지, 자신이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즉흥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배성주 연세대 경영대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조직#재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