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현대차가 여기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원화 강세, 이번엔 일본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円低)까지 겹치면서 고속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 환율 탓에 영업이익 급감
현대차는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경영실적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갖고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8.6% 늘어난 441만357대를 팔아 매출 84조4697억 원, 영업이익 8조4369억 원의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6%, 5.1% 신장했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10.0%로 집계돼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지난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것 같지만 4분기(10∼12월) 실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화 강세와 더불어 연말 엔화 약세까지 더해진 환율 외풍은 실적을 갉아먹었다. 4분기 현대차는 122만6847대를 팔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1.7%나 감소한 1조83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분기까지 두 자릿수를 이어가던 영업이익률도 4분기에는 8.1%로 뚝 떨어졌다.
전체 매출의 8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환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00엔 당 1056원, 달러당 엔화 환율을 83.9엔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그동안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결제통화 다변화, 환헤지로 환율변동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 왔다”며 “국내 안방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체가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상품성 및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자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더욱 거세질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레저차량에 주로 장착하던 디젤엔진을 인기 차종인 ‘아반떼’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 中企 환율 직격탄
일본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원-엔 환율이 1100원대로 주저앉으면서 자동차를 비롯해 일본과 수출 경쟁이 치열한 기계 철강 섬유 등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과 일본의 주력 수출품목이 중복되기 때문에 원-엔 환율 하락은 일본에 대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간 수출경합도는 자동차(0.625) 기계(0.621) 철강(0.575) 가전(0.497) 섬유(0.456) 등의 순이다. 수출경합도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나라 간 수출 경쟁이 치열한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엔저의 습격으로 이들 업종이 최근 수년간 일본으로부터 어렵게 잡은 승기를 다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인 전자업계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로 고급형 제품 위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경쟁업체도 일본이 아니라 미국 유럽 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1285원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가 날 것으로 진단했다. 더구나 중소기업 10곳 중 여섯 곳(65.1%)은 환리스크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환율 변동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환율 메리트가 감소해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관광업계의 타격도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본인 관광객 수는 작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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