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지하 1층 강당. 말끔한 정장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간혹 작업복을 입은 이들도 보였다. 중기중앙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전통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라는 간담회 참석자들이었다.
중기중앙회는 이 간담회를 앞두고 10일부터 ‘손톱 밑 가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수집했다. e메일과 팩스 등으로 사연을 보낸 280여 명 중 간담회에 올 수 있다고 응답한 150여 명이 간담회장을 찾았다.
참석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서류 뭉치를 한가득 가져와 들춰보는 사람도, 천장을 쳐다보고 무언가를 읊조리며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친애하는 박 당선인님께’로 시작하는 글을 빼곡히 적은 A4용지에 밑줄을 치며 중얼중얼 반복해 읽어 보기도 했다.
조선소에 납품할 부품을 만드는 경남 거제시 광성공업의 김경열 이사(50)는 “이런 공식적인 자리는 처음”이라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의 그는 “야간작업을 하다 미처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통영에서 밤 12시에 출발하는 심야고속버스를 탔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김 이사는 “공장에서 쓰는 대형 기자재의 등록이 까다로워 1000만 원 이상을 내고 대행을 맡기는 실정”이라며 “등록요건을 완화해 주면 비용을 크게 줄여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시장에서 건어물 점포를 운영하는 박은숙 씨(53)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손쉽게 화재보험을 들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사항을 들고 왔다. 그는 “‘높은 분’들이 오는 자리에서 말을 하려니 가슴이 떨린다”면서도 “시장에 한 번 불이 나면 큰 화재로 이어지다 보니 보험회사들이 가입을 꺼려 겨울만 되면 불안해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호소했다.
간담회 예정시간인 오전 11시 직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이현재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등이 강당에 들어섰다. 진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가 되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여러분이 말하는 내용을 잘 듣고 인수위 활동이 마무리되기 전에 다시 와 결과를 보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구인난, 높은 대출금리, 대기업 횡포 등에 관한 개선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일찍 자리를 뜰 예정이었던 진 부위원장도 끝까지 남아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2월에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를 만들어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재 간사도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옴부즈만실 등에 애로사항 접수창구를 만들어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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