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움직임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투자가의 ‘셀 코리아’(한국 주식 팔자)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펴면서 자동차와 전자 등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타격을 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 원고·엔저, 환율 공포 확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시장에서 14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총 1조54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5일에만 49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25일 4982억 원 순매도 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 매도 공세로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79포인트(0.91%) 하락한 1,946.69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4일 1,935.18 이후 최저치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매도 원인을 한국의 국제신용등급이 높아지면서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던 와중에, 올해 들어 일본이 강한 ‘엔저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1일 경기 부양을 위해 20조2000억 엔(약 239조7000억 원) 규모의 엔화를 풀겠다고 밝혔다. 외국인투자가는 다음 거래일인 14일부터 연일 한국 시장에서 자금 빼기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환율 우려가 국내 주력 수출업체의 4분기(10∼12월) 실적을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율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1.7%, 51.1% 줄었다. 전자업계도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25일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영업이익이 3조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펀더멘털 지표가 부진했던 것 역시 시장을 실망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경제성장률은 2.0%에 그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 2월엔 외국인 순매도세 약화 기대
금융투자업계는 한국 증시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외국인의 관심을 끌 만한 매력을 상실한 상태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000 선 아래로 밀리며 가격이 싸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월 들어 투자가 몰리며 25일 2,291.30까지 올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에 힘입어 1월 들어 2.2%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들이 당분간 한국 증시 매수세로 돌아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중 기록했던 급속한 원화 강세 기조가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25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074.5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종가인 1063.0원보다 10원 높은 수준으로 반등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엔화 약세 유도 정책에 대한 국제적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환율 공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EU 국가들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EU 경제가 엔저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엔저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공포 현상이 2월 들면서 다소 주춤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며 “2월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아베 정부의 엔 약세 유도 정책이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경제의 튼튼한 기초여건 역시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언제까지나 냉대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조용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1월 국내 증시 가격이 싸지면서 매력도는 한층 높아졌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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