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이주헌 양(17)은 최근 기타 배우기에 푹 빠졌다. 전교생이 매주 네 차례씩 예체능 활동을 해야 하는 ‘1인(人) 2기(技)’ 프로그램 덕분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시간표를 짤 수 있다. 학년의 구분도 없다. 이 학교는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다. 하나고는 하나은행이 출연해 2010년 개교한 하나금융지주의 ‘특수 관계인’이다.
이런 하나고가 31일 은행법 개정을 촉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회사가 특수 관계인이나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을 금지한 은행법(35조 2의 8항) 등을 바꾸기로 하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수 관계인이어도 하나고와 같은 공익법인에 대해 예외적으로 출연이 허용된 것이다.
당시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의 재산이 하나금융과 하나금융의 전 회장인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에게 쓰이게 됐다”며 반발했다.
김 이사장은 “학교는 하나금융이나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는 “은행법상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외환은행 이사회도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사실상 철회했다.
하지만 은행법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사회공헌 사업을 위축시킨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법 개정에 나섰다.
이날 금융위의 은행법 개정으로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이 가능해졌다. 외환은행도 하나고 출연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으로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하나고) 출연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은행법 개정은 은행 자산을 지주사 전 회장의 사유물로 여기는 행태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하나은행의 하나고 출연은 여전히 위법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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