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견기업을 정부 발주시장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회의 제2대 위원장이 된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60·사진)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부 발주 물량 입찰에 참여하려고 회사를 쪼개는 기업도 있는데, 이는 중견기업을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가구업체 퍼시스와 리바트가 각각 2010년과 2011년 조달사업부를 분사(分社)하면서 ‘위장 중소기업’이라고 비난받은 사례를 두고 한 말이다. 산업발전법상 중견기업은 근로자 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제조업 기준)인 중소기업과 국내 계열사들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사이에 해당하는 기업을 뜻한다.
최 회장은 중견기업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수렴해 각종 정책을 개선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1982년 서울 동대문시장 3.3m²짜리 가게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크로커다일 레이디’, ‘샤트렌’ 등 12개 브랜드로 78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동대문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가진 게 부족하고, 중소기업에 비해 정책적으로 소외받는 ‘샌드위치’ 신세”라며 중견기업 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견기업이 되자마자 정부 정책자금이나 은행 대출금리 혜택 등 중소기업이 받던 160여 개의 지원이 사라져요. 상속세 부담도 커 가업을 물려주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견기업은 약 1400개다. 숫자로만 따지면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7.7%, 수출의 10.9%를 떠맡고 있다. 대한상의는 2015년까지 국내 중견기업 수를 3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아픔만 보살필 게 아니라 중견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고 기업별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요청했다.
패션그룹형지는 3월 경남 양산시에 약 5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봉제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그는 “다른 중견기업들도 고용을 늘리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에 적극 투자해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