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생활환경이 외국에 비해 특별히 비관적이거나 암울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유독 많은 이유는 정신적인 절망감과 자존감의 붕괴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기(史記)’를 저술한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위를 ‘구우일모(九牛一毛)’, 즉 아홉 마리의 소가 갖고 있는 털 중에 하나를 뽑는 것처럼 부질없고 의미 없는 일이라 말했다. 사마천 본인이 그럴 뻔한 경험이 있다. 그는 서역을 정벌하던 도중 투항한 이능(李陵) 장군을 변호하다 한(漢) 무제(武帝)의 미움을 받아 감옥에 갇혔다. 황제는 그에게 사형과 궁형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당시 선비들은 생식기를 거세해 내시가 되는 궁형을 죽음보다 불명예스럽게 여겼다.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수치스럽더라도 살아남는 쪽을 택했다. ‘내가 사형을 당한다면 구우일모의 죽음밖에는 안될 것이니, 하찮은 개미나 땅강아지의 죽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람은 한 번은 죽게 돼 있지만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보다도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어떤 사람의 죽음은 기러기 털보다도 가벼운 죽음이 된다. 이것은 결국 내가 어떻게 내 목숨을 사용하느냐의 차이에 달려 있다.’
치욕을 삼키고 목숨을 부지했기에 사마천은 중국뿐 아니라 온 인류의 유산이 된 위대한 역사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 무제도 그를 다시 중용해 명예를 돌려주었다. 이처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모질게 살아남아 새로운 목표와 희망을 가질 때 인간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어렵고 힘든 경영환경이 예상되는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자존감을 높여서 더 큰 나를 만들기 위한 변화와 도전이 중요하다.
힘든 역경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을 위대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치욕을 견디고 모질게 살아남아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려는 불굴의 정신이야말로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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