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고배당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2000억 원의 배당을 추진하고 있다. 배당금이 순이익의 약 80%에 이르러 고배당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이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 원의 배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배당금은 한국SC금융지주를 거쳐 상당수가 영국 SC그룹 본사로 송금된다. 예정대로면 지난해 9월 중간배당 1000억 원을 합쳐 2012회계연도 배당금은 총 3000억 원이다. 배당금이나 배당성향(이익 대비 배당금) 모두 2005년 SC그룹이 이 은행을 인수한 이래 가장 높다.
SC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자본운용 관련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하면서 배당 관련 내용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의 이익 대비 배당은 매년 커지고 있다. 2009년 순이익의 59.0%를 배당했고 2010년 62.0%, 2011년 78.1%를 각각 외국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다른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이 30% 전후인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70∼80%대의 배당은 상상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순이익은 9조 원 수준으로 2011년(11조8000억 원)에 비해 25%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SC은행은 한국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도 사회공헌 활동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주주들이 투자한 실질 자본은 6조1000억 원으로 그동안 7500억 원의 배당금은 소액에 불과하다”며 “7500억 원 중 본사로 간 배당금은 2310억 원이며 나머지는 한국 시장에 재투자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저금리, 저성장 기조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배당을 적절한 수준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한 만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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