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2년여간 코레일 이사, 이사회 의장 등을 지내며 누구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이동성 전 의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사업비만 31조 원이 들어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1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의 갈등 속에 ‘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3월 12일 만기인 금융이자 59억 원의 결제를 앞두고 있지만 개발시행사 드림허브의 금고에는 고작 5억 원 남짓만이 남아 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 모양으로 만듭니까.”
이동성 전 코레일 이사회 의장은 긴 한숨을 토해냈다. 이 전 의장은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2년여간 코레일 비상임이사, 이사회 의장을 맡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코레일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사업이 꼬이게 된 이유는 분명 ‘부동산 침체’다. 활황기에 예상했던 분양가가 불확실해지자 사업 자체를 불투명하게 보는 시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전 의장은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용산역세권개발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1년 가까이 시간을 끄는 사이에 용산역세권개발 직원들의 월급으로, 금융비용으로 돈만 나가고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는 미뤄졌습니다.”
그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3무(無)’ 사업이었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기에는 코레일의 전문성이 없었다. “코레일이 이렇게 큰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발을 담근 적이 없었지요. 차라리 처음부터 글로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회사를 통해서 진행했더라면 나았을 것입니다.”
동업자 간 소통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 이 전 의장은 “코레일 정창영 사장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사장,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대형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일종의 ‘동업자’ 사이에 소통이 안 이뤄지니 사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사업의 주체가 각자 역할을 못한 점도 있다. 그는 “코레일은 이사회에 와서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는데 밖에서 사업에 흠집이나 내고, 돈을 끌어와야 할 책임이 있는 용산역세권개발도 자금 조달을 못하고 있다”며 “사업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일단 사업은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건설근로자만 40만 명이 양산되는 등 엄청난 고용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업성이 없다’라며 적극 나서지 않는 코레일에 대해 이 사업이 무산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당사자라고 경고했다. 그는 “코레일은 지분 25%의 대주주로서 지금까지 드림허브에 댄 돈을 잃고, 땅값을 토해 내야 되고, 받은 땅값에 대한 이자까지 내놔야 한다”라며 “게다가 각종 소송전도 감당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코레일이 △반환 약속한 채권 2조4168억 원 △토지대금 이자반환금 2877억 원 △랜드마크 빌딩 계약금 4161억 원 △납입자본금 손실 2500억 원 등 약 3조4000억 원의 부담을 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매듭을 풀 수 있을까. 이 전 의장은 일단 사업주체들이 만나 토지대금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봤다. 부동산 호황기 8조 원으로 산정됐던 지가가 조정되면 사업성이 올라간다는 것. 이게 어렵다면 주주들이 머리를 맞대고, 당장 자금 조달 방법을 찾아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익성을 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사업을 관두려는 심산이 아니라면 당장 테이블에 앉아 자금을 끌어올 방법부터 찾아와야 합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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