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재정절벽 타결을 위해 행정부와 의회가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극단의 위기는 피하게 됐다. 경기지표도 긍정적이고 기업의 실적도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걱정했던 시장 리스크는 어지간히 완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증시는 연속 2주째 상승 추세다. 각종 펀드는 물론이고 가치투자펀드까지 한국 기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요청해 오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빨리 한국 시장에도 좋은 소식이 생기게 될 것 같다.
지난달 13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초 미국 증시가 개장한 이후 9일까지 일주일간 222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었다고 크게 보도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또 1996년 이후로 보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대부분 자금은 신흥시장 등지로 유입됐다고 한다.
이렇게 투자자금이 수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는 현상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찬반 의견은 분분하다. 시장 내 자금 유출입(Fund flow)을 분석하는 회사인 EPFR글로벌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채 등의 안전자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대회귀(Great rotation)의 일환”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분석가는 “이런 자금흐름이 얼마나 유지될지 생각해야 한다.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재정절벽 이슈나 유럽 재정위기 이슈가 아직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다시 시장의 긍정적 흐름이 깨질지 모른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곳의 분위기를 보면 미국의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더 강한 강세장을 원하고, 또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51% 이상의 기관투자가가 상승장에 기대를 걸었다. 이는 2011년 2월 조사한 이래 최고 수치다. 이들 기관투자가가 2004년 이후 가장 공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임한다고 한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는 한국 시장, 한국 기업의 전망은 어떨까? 뉴욕 소재 기관투자가들은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3)에서 발표된 한국 대표 전자기업들의 혁신적인 제품, 예를 들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고해상도 TV 등을 언급하면서 “시장 상황이 현재와 같이 상승 국면에 있고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깊어질 때일수록 기업들은 더욱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들이 주주 위주의 경영을 실현하는 데 좀더 고삐를 당겨야 하며,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투자자들과 미팅을 진행하면 몇몇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주가 주주 이익보다는 기업주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견을 듣곤 한다.
한국의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이 주가수익배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 기준으로 늘 선진시장, 특히 미국시장보다 저평가돼 있다고들 말한다. 이런 분석은 “저평가 상태이니 투자할 만하다”는 논리의 대표적인 근거로 사용된다.
하지만 정말로 한국 기업들이 선진기업에 비해 할인된 저평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지 묻는다면 이곳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은 얼마만큼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주를 위한 기업 정책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투자자들과 기업주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찌되었든 투자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국 기업은 기업 혁신, 주주 이익 극대화, 기업 정책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보완할 여지가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PER와 선진 기업들의 PER의 차이는 이런 요인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 상승 여지는 더 많다. 적어도 더 많은 기업들이 점점 더 기업 혁신,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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