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좋은 제품이라면… 먼저 써보게 하고 기다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최근 부동산 거래가 매우 부진하다. 사람들은 집을 사려 하지 않고 전세만 찾는다. 그 결과 집 가진 사람은 ‘하우스푸어’가, 전월세자는 ‘렌트푸어’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의 영향력이 크다.

보유효과란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할 것이 예상되는 물건에 대한 애착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보유효과는 부동산 거래 부진 현상과 어떻게 연결될까? 한 소비자가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고 치자. 설령 3억 원을 주고 샀더라도 이 소비자는 내심 자기 집의 가치가 5억∼6억 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보유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낮은 가격에 집을 파는 걸 싫어한다. 심리적 손실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반면 집을 새로 구매하려는 사람에겐 이런 보유효과가 없다. 오직 계산에 따라서만 가격을 매기려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가격 형성이 어려워져 거래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존 마케팅 전략에서 보유효과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는 체험마케팅이다. 먼저 체험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보유효과가 발생해 해당 제품을 계속 보유하려는 성향이 증가한다. 대표적인 예가 김치냉장고 딤채의 마케팅 전략이다. 딤채는 제품 출시 초기인 1996년, 약 200명의 품질평가단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3개월간 무료로 김치냉장고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놀랍게도 100% 구매로 이어졌다. 딤채가 이 체험단을 운영해 성장의 기반을 잡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홈쇼핑 업체 역시 체험마케팅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 무료 체험기회를 주고 100% 반품보증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선택률을 월등히 높여 자연스레 보유효과를 유도한다. 실제 반품률은 1∼2% 수준이라고 한다. 온라인 오픈마켓(G마켓, 옥션, 11번가 등)도 다양한 형태의 무료 반품 행사를 연다. 할인매장의 식음료매장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시식행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30%의 추가 매출이 생기기도 한다. 음용하는 것만으로도 보유효과가 발생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중요한 마케팅 활동 중 하나는 미리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활동의 이론적 배경에는 보유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잊지 말자. 사람은 한 번 소유하게 되면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된다. 좋은 제품이라면 먼저 제공하고 이후 보유효과를 기다리는 게 수순이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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