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기업의 힘은 우수한 인재에서 나옵니다. 한국 기업들이 연공서열이나 내부 승진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인 헤드헌팅업체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의 앤터니 보몬트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사장(사진)은 한국 기업들에 이렇게 조언했다. 한국지사 창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6일 서울 시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러셀레이놀즈는 세계 23개 나라에 41개 지사를 두고 있다. 주로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채용대행(헤드헌팅)과 리더십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주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전자 기업들과 일해 온 보몬트 사장은 내부 지향적인 아시아 기업들에 일침을 가했다. “생태계에서도 순혈주의는 열성화를 가져옵니다.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도 성장과 성공을 이어가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려면 외부에서 뛰어난 인재를 데려와 활용해야 합니다.”
그는 “현재 한국 기업은 13억 내수 인구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 기업이나 첨단 기술과 최근의 환율 효과 덕에 웃고 있는 일본 기업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과감한 인재 확보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보몬트 사장은 외부 인재를 무작정 데려오지 말고 그들에게 명확한 역할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오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가 영입한 사람에게 명확한 업무나 ‘손발’이 되어 줄 조직을 주지 않아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도 그런 조직 환경에서는 ‘붕 뜬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일과 조직이 없으면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영입 대상 인재와 역할, 권한에 대해 사전에 충분하게 조율하고 해당 사항을 채용 계약서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 진출 경험이 적은 신생 기업은 외국인 인재를 데려오기에 앞서 사내 e메일과 인트라넷 시스템, 보고서 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글로벌화돼 있는지를 잘 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그는 “러셀레이놀즈를 비롯한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들이 점점 더 많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며 “이것은 한국이라는 시장과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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