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기침체-소비부진으로 국세 2조8000억원 덜 걷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9일 03시 00분


2013년 세수 확보도 비상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세가 정부가 예상했던 세수(稅收)보다 2조8000억 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걷힌 국세 규모가 예상 세수보다 적은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지난해 국세징수 실적이 203조 원으로 세입예산 205조8000억 원보다 2조8000억 원 부족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놨던 국세징수 전망치 203조3000억 원보다도 3000억 원 적은 것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경제성장률(2.0%)이 정부가 세입예산을 짤 때 고려했던 성장률 전망치(3.7%)를 크게 밑돌아 일부 세목의 징수액이 예상보다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민간소비 부진으로 예산 대비 1조1000억 원 적은 55조7000억 원이 걷히는 데 그쳤다. 또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어든 영향으로 관세도 예산보다 1조8000억 원 적은 9조8000억 원만 걷혔다.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농어촌특별세의 지난해 징수액은 3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예산인 5조5000억 원보다 덜 걷혔다. 농촌개발 재원으로 쓰이는 농어촌특별세는 주식거래 때 증권거래세를 내거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때 일정비율로 함께 내는 세금이다.

다만 소득세는 근로소득세가 예산보다 덜 걷혔지만 전문직 자영업자 등이 낸 종합소득세가 계획보다 많이 걷혀 예산보다 3조5000억 원 많은 45조8000억 원이 걷혔다. 경기 침체가 상대적으로 덜 진행됐던 2011년 기업들의 실적이 반영된 지난해 법인세수는 45조9000억 원으로 예산보다 1조 원 많았다.

국세가 예상보다 적게 걷혀 국가부채 등을 갚는 데 쓰이는 ‘세계(歲計)잉여금’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됐다. 세계잉여금은 국세수입 등을 포함한 총 세입에서 세출과 이월액(올해 써야 하는데 내년에 쓰도록 넘긴 돈)을 뺀 금액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세입은 282조3704억 원, 총 세출과 이월액은 282조5188억 원으로 세계잉여금은 1484억 원 적자였다. 현 정부가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적자를 안겨준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경기 부진이 이어져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3.0%)를 밑도는 2%대에 그칠 수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정부가 기대한 만큼 세금을 걷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세#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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