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도 아깝다…가격올린 외산담배에 국산담배 반사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1일 08시 25분


직장인 김모 씨(33)는 한 때 던힐만 고집하던 애연가였다. 그러던 그가 국산으로 담배를 바꾼 것은 2011년 외산 담뱃값이 200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값이 올랐을 때 담배를 바꿨다"며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 보니 200원도 크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불황이 길어지자 서민들이 담뱃값을 줄이려는 추세다. 11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외국 담배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동반 추락했다.

올해 1월 필립모리스(PM), BAT,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 등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35.3%로 전년 같은 달보다 5.1%포인트 감소했다.

PM(22.7%→19.3%), BAT(10.7%→9.8%), JTI(6.3%→6.2%) 모두 점유율이 떨어졌다. 연간으로 봐도 3개사 점유율은 2010~2012년 42.2%→40.8%→38.1%로 3년째 내리막을 타고 있다.

가격 인상은 BAT가 먼저 시작했다. 2011년 4월 던힐, 보그 등 주력 품목을 갑당 2700원으로 올렸다. 이후 JPI도 마일드세븐 등의 가격을 BAT와 같은 폭으로 올렸다. PM은 작년 2월 도미노 인상에 뛰어들어 말보로, 팔리아멘트 등을 갑당 8%(200원) 인상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인상이 '악(惡)수'였다고 평가했다. 불황으로 흡연자들이 담뱃값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선 외산 담배의 1월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9.5% 감소했다. 이에 반해 국산 담배는 4.2% 늘었다. 아울러 작년 외산 담배 매출 역시 전년보다 11.3% 줄었으나 국산 담배는 2.6% 올랐다.

BAT가 17.0% 줄어 가장 많이 줄었고, PMI(-11.2%), JTI(-7.6%)가 뒤를 이었다.

세븐일레븐의 2012년 담배 판매량 순위를 보면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던 BAT의 던힐 라이트는 PMI의 팔리아멘트 라이트에 1위 자리를 빼앗기며 2위로 주저앉았다. 3위였던 말보로 골드 라이트는 5위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외산 담배의 부진이 잔돈을 꺼리는 남성들의 특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자 지갑엔 보통 동전을 넣을 공간이 없다"며 "외산 담배가 2700원으로 오르면서 가격 단위가 500원, 1000원으로 딱 떨어지는 담배 또는 아예 저렴한 담배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격을 동결한 국산 업체는 반사 이익을 누렸다. KT&G의 디스 플러스가 5위에서 3위로 뛰었고 에쎄 라이트는 4위 자리를 지켰다. 외산 담배가 릴레이 가격 인상을 벌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담배로 수요가 옮겨간 것이다.

KT&G의 1월 점유율(64.7%)도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올랐다. 연간 점유율은 지난 3년 동안 57.8%→59.2%→61.9%로 상승해 2009년 수준(62.3%)을 회복했다.

KT&G 관계자는 "점유율 상승은 외산 담배가 가격을 올리고 나서 KT&G에서 출시한 보헴시가미니 등 신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향후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1년 전 발표한 방침대로 현재로선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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