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장기침체로 건설업체가 주식시장에서 줄줄이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 상당수 건설사가 대규모 적자를 본 데다 일부는 자본잠식 때문에 상장폐지가 거론되고 있는 것.
1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한일건설은 주택 미분양 때문에 대손충당금이 증가하면서 작년에 298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본잠식률이 109.5%로 자본금이 전액 잠식됐다.
쌍용건설도 2011년 1570억 원 순손실에 이어 작년에 3000억∼400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내 전액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자본잠식은 회사의 누적 적자 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50% 이상의 자본잠식은 주식시장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되고 전액 잠식은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이 두 건설사는 3월 말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되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 한일건설은 대주주인 한일시멘트가 추가 유상증자 등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채권단은 대주주 지원 없이는 정상화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쌍용건설은 대주주인 캠코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인수 등 700억 원 지원에 나서고 채권단이 13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서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주주인 캠코가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출자전환을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두산건설도 2011년 293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가 지난해 손실 폭이 6148억 원으로 커졌다. 경남기업은 지난해 24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조주형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택 관련 손실과 해외 현장의 원가 상승 등으로 대형 건설사들조차 실적이 기대 이하인 상황”이라며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도 건설사에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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