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유미 씨(21·여) 지갑에는 늘 체크카드 하나와 현금 2만 원이 들어있다. 현금은 꼭 필요할 때만 쓴다. 대부분의 소비는 체크카드로 한다. 편의점에서 물과 휴지를 살 때 체크카드를 내민다. 택시비도 마찬가지다. 김 씨의 아버지는 다르다. 적은 돈을 카드로 결제하려니 왠지 쑥스럽다. 김 씨는 “나는 습관이 돼서 상관없다”고 말했다. 취업 후 신용카드를 갖더라도 체크카드만 쓸 계획이다.
체크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장 잔액 이내에서 카드를 쓰는 합리적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김 씨처럼 젊은 세대의 사용이 크게 증가했다. 동아일보가 비씨카드의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사용액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 젊은층 체크카드 사용 급증
지난해 말 기준 비씨카드가 발급한 체크카드는 2946만 장이다. 2008년보다 497만 장 늘었다. 신용카드는 침체가 뚜렷하다. 신용카드 수는 2008년 2246만 장에서 지난해 1893만 장으로 되레 줄었다. 체크카드 사용액도 급증했다. 작년 체크카드 사용 건수는 2011년에 비해 21.9% 늘어났다. 이용액도 1년 만에 16.5%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 건수는 1.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사용액은 2.2% 줄었다.
체크카드 성장은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2011년 536만 건이던 10대의 체크카드 사용 건수는 2012년 약 3배로 늘었다. 이용 금액도 증가했다. 주로 대학생들인 20∼24세의 이용 건수는 같은 기간 42% 증가했다.
○ 핵심 사용층은 ‘소액 쓰는 젊은 서울 여성’
체크카드 이용이 늘어난 데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 작년부터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25%에서 30%로 높아졌다. 많은 부모가 중고교생 자녀들에게 체크카드로 용돈을 쓰도록 했다. 이 경우 사용액에 대해 부모가 소득공제를 받게 된다. 고교와 대학에서는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을 더해 발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학생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이 엄격해진 것도 체크카드 증가에 한몫했다.
젊은층은 소득이 적거나 없어 체크카드를 주로 소액 결제에 사용하고 있다. 한 번에 사용하는 금액이 가장 적은 업종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한 건수는 2011년 7310만 건에서 2012년 1억468만 건으로 43.2% 증가했다. 평균 이용액은 5586원으로 대형마트(3만1407원) 등 다른 업종에 비해 낮았다.
여성이 소액 결제 수단으로 체크카드를 많이 이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2012년 여성의 1회 평균 사용액은 2만4788원으로 남성 평균인 2만9501원보다 5000원 정도 적었다. 서울 등 대도시일수록 평균 이용액은 적었다.
이상우 비씨카드 지불경제연구소 차장은 “아무래도 여성이 씀씀이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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