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겠다는 약속을 ‘기업경영헌장’을 통해 명문화한다. 헌장 발표는 1996년에 나온 ‘기업윤리헌장’ 이후 17년 만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데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의 잇단 법정구속이 겹치면서 잔뜩 움츠러든 재계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종의 대(對)국민 선언을 통해 동반성장을 다짐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 “골목상권 침해 안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21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소비자, 중소기업 등과의 동반성장을 약속하는 자율 선언인 기업경영헌장을 발표하기로 했다”며 “대기업 이익단체가 동반성장을 ‘헌법’처럼 명문화하고 실행안까지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13일 밝혔다. 전경련 정기총회는 500여 회원사가 1년에 한 번 모이는 자리로, 차기 회장도 여기서 결정된다.
기업경영헌장은 7개 항으로 구성된다.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 등 기업 본연의 역할 수행 △소비자의 권익 증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실천 △근로자 권익 보호 △사회공헌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윤리경영, 투명경영, 준법경영 등의 내용을 골격으로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마지막 조항은 기업경영헌장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담기로 했다.
상반기(1∼6월) 중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발표한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스스로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 3차 협력사들과의 납품 관행도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골목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것만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영세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여줄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일본 재계단체인 경단련이 1991년 제정한 ‘기업행동헌장’을 참고해 기업경영헌장을 만들었다. 경단련 헌장은 소비자 및 직원과의 관계, 경영진의 솔선수범, 공정 경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 朴 당선인, 재계 도덕성 강조 영향
전경련이 기업경영헌장을 발표하고 동반성장에 앞장서기로 다짐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3불(不·시장 불균형, 불공정 거래, 불합리한 제도)을 해소하겠다”며 동반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헌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경련과 박 당선인 측의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재계 총수의 도덕성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경련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기소되자 이듬해 정경유착 방지에 초점을 둔 기업윤리헌장을 발표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동반성장을 선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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