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도 박사도 협력사 애로 들어라” 귀 쫑긋 세운 포스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 동반성장사무국의 현장 실험… ‘상생’ 모범사례로

협력사 설비기술 설명 듣는 포스코 직원 KC코트렐 서동영 부사장(오른쪽)이 경기 안성시 공장에서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 구헌록 그룹리더(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집진 설비에 적용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KC코트렐은 회사의 역량을 높여주는 포스코의 지원 덕분에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포스코 제공
협력사 설비기술 설명 듣는 포스코 직원 KC코트렐 서동영 부사장(오른쪽)이 경기 안성시 공장에서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 구헌록 그룹리더(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집진 설비에 적용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KC코트렐은 회사의 역량을 높여주는 포스코의 지원 덕분에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포스코 제공
공장의 먼지와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환경설비 제조업체 KC코트렐은 2005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액이 668억 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었다. 환경설비는 불황에 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고 호황에는 가장 나중에 증설해 불황을 잘 ‘타는’ 업종이다.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이 회사는 3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7년 전의 5배 수준이다. 인도,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했다. 6일 찾은 경기 안성시 서운면 KC코트렐 공장은 갑자기 내린 폭설에도 집진기 시설을 생산하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이처럼 KC코트렐이 불황을 딛고 급성장한 배경에는 포스코의 ‘협력사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는 오스트리아, 일본 등 해외업체로부터 납품받던 제철소 내 유해가스 처리 설비를 2005년 KC코트렐에 맡기면서 이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포스코는 KC코트렐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KC코트렐이 새로운 기술을 포스코의 제철소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가 협력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1년 3월 동반성장사무국을 출범시킨 후 KC코트렐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인사, 재무, 세무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이 이뤄졌고 효율적인 공장 운영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전기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 방법을 조언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해외 진출을 망설일 때는 현지 사정에 대한 사소한 정보까지 공유했다.

포스코의 지원은 KC코트렐에 ‘날개’를 달아줬다. 포스코에 인정받는 협력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타르 집진기를 수출하는 등 해외 매출이 급증했다. KC코트렐의 매출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35.3%에서 지난해 19.3%로 떨어졌다. 포스코의 도움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KC코트렐 서동영 부사장은 “포스코의 지원으로 우리 회사도 협력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포스코의 지원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의 고리를 더 튼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구헌록 동반성장사무국 그룹리더는 “포스코가 협력업체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철강사의 협력업체들이 전자, 자동차 분야 대기업 협력업체와 달리 영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협력사들은 제품에 들어갈 부품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제철소 설비를 보수하거나 정비 관련 자재를 납품해 연 매출이 평균 100억 원대에 그친다. 포스코는 협력사의 경영이 안정돼야 포스코의 사업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 1차 협력사는 200여 곳, 2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300여 개에 이른다. 포스코 전 계열사 임원 263명이 한 달에 한 번 경기, 경북 포항, 전남 광양에 있는 협력사들을 정기적으로 찾아 인사, 재무, 법무 등 경영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처음에 “임원들이 감시하러 오는 것 아니냐”며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던 협력사 대표들도 지금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대화 창구로 환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4월부터 포스코경영연구소 박사급 연구원 50명을 협력업체에 보내 경영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안성=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사임 인턴기자 이화여대 철학과 4학년  
#포스코#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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