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지난달 인기 웹툰 ‘놓지마 정신줄’의 작가 신태훈 씨가 그린 ‘K5 웹툰’을 인터넷에 선보였다. 비밀의 행성에 사는 외계인 캬족(KIA族·기아차의 영문 이름 ‘KIA’를 빠르게 읽은 것)이 달구지를 타는 지구인들에게 기아차의 인기 모델인 ‘K5’를 전해준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다.
이색적인 스토리만큼이나 배포 방식도 색달랐다. 자사 공식사이트에 웹툰을 올리는 일반 기업들과 달리 기아차는 인기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웹툰을 올렸다. 누리꾼의 입소문을 타고 웹툰이 확산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기아차 국내마케팅팀의 김효진 사원은 “홍보물이라는 인식을 덜 주기 위해 딱딱한 자동차 성능 소개는 빼고, 디자인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말했다.
○ IT기업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과거 일부 정보기술(IT) 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웹툰 마케팅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주얼에 유머, 스토리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웹툰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20, 30대 젊은층은 웹툰 마케팅의 주요 타깃이다. 기아차가 신차 대신 2010년 출시된 중형세단 K5를 소재로 쓴 이유도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차종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누리꾼의 반응에 따라 준중형세단 ‘K3’, 경차 ‘레이’ 등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모델의 웹툰도 제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주요 타깃층에 따라 웹툰의 내용을 달리한다. 대우건설은 다음 달부터 ‘푸르지오 웹진’에 주부들의 일상 에피소드를 다룬 웹툰을 게재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2009년 가정생활을 소재로 한 웹툰을 연재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집을 살 때 발언권이 강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웹툰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품 설명에도 유용
웹툰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원액기 전문업체 휴롬은 지난달부터 회사 블로그에 웹툰 ‘역전! 야매요리’의 작가인 정다정 씨가 제작한 웹툰 ‘역전! 휴롬요리’를 게재하고 있다. 원액기를 파는 회사답게 ‘검은콩 검은깨 두유’ ‘단호박 사과 파프리카주스’ 등 건강음료를 만드는 레시피가 웹툰의 주요 소재다. 지난달 게재된 웹툰 1화는 스크랩 건수가 1000건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KB국민카드는 회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8월부터 상품을 설명하는 웹툰 ‘별의별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고객이 아닌 취업준비생에게 도움이 되는 웹툰도 있다. 제주항공은 2009년부터 기내 에피소드를 다룬 웹툰 ‘제이제이(JJ·제주를 의미) 웹툰’을 회사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이 웹툰의 주요 독자는 승무원 지망생들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웹툰을 그린 제주항공 승무원 한서영 씨(29·여)는 “내가 그린 웹툰을 보고 승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웹툰 마케팅이 확산되는 것은 친숙한 웹툰을 통해 고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