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떠도는 자금이 600조 원이 넘는 요즘에도 돈이 몰리는 곳이 있다. 주요 은행의 히트 금융상품에는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조 원까지 투자금이 몰려든다. 이러한 금융상품에는 공통된 특징들이 있다. 바로 협업(Collaboration), 소통(Communication), 캐릭터(Character) 등 ‘3C’를 잘 활용한 상품들이라는 점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들은 뭉치고, 소통하고, 친근한 상품으로 고객들을 붙잡고 있다.
○ 뭉칠수록 강해져
3% 초반인 예·적금 금리로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힘들어지자 은행들은 투자 상품과 연계된 복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적금과 카드, 펀드를 묶어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선보인 ‘KB펀드와 만나는 예금’은 출시 8개월 만에 적립액이 6조 원에 육박한다. 이 상품은 정기예금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고객이 원하면 이자를 펀드에 재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은행의 ‘매직 적금’은 ‘적금과 카드가 만나 마법 같은 금리를 탄생시킨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지난해 판매를 끝내려 했으나 인기가 높아 올해 말까지 판매 기간을 연장했다.
매직 적금의 계좌 수는 40만 개에 육박하고, 적립액은 1조976억 원이나 된다. 이 상품은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라 연 3.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복합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금융지주사 내 카드, 증권, 보험 등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은 기본이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은 지난달 ‘복합 상품 직원패널’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4개 그룹사의 영업점 직원 46명과 각 사 상품개발 직원 4명이 모여 복합 상품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 착하고 친근해야 관심
‘꿈의 산토리니’, ‘내가 바로 소녀시대’, ‘커피 그만 쏘자!’
이는 신한은행의 목표 달성형 상품인 ‘미션플러스 적금’에 가입하면서 고객들이 설정한 제목들이다. 각각 여행, 다이어트, 커피값 줄이기 등을 목표로 삼았다. 이 상품은 스마트폰 전용 상품임에도 약 4만 명이 가입했다.
목표 달성형 상품은 고객들이 각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금융회사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고객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상품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착한 금융’에 대해 높아진 고객들의 관심을 반영해 선보인 사회공헌 금융상품들도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2011년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계승해 장기기증서약, 원리금 일부 기부 등 나눔 활동에 우대금리를 주는 하나은행의 ‘바보의 나눔’ 적금은 출시 이후 30만 명 넘게 가입했다. 바보의 나눔 적금은 가입 계좌당 100원의 기부금을 하나은행이 출연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기부한다.
고객들이 친근해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금융상품은 어린아이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의 ‘토마스 통장’은 전 세계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마스와 친구들’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으로 적립액이 9조8274억 원이나 된다.
KB국민은행의 ‘말하는적금’은 3D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스마트폰 특화상품이다. 고객이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면 저축 상황이나 감정 상태에 맞춰 “배고파요. 저축하세요!”, “만기 축하해요!”, “비 오네요.” 등의 다양한 말을 해서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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