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옥 사장 “간부회의 설전까지 모조리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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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 한국동서발전 장주옥 사장의 ‘소통경영’ 화제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통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통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15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59)의 소통 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00명에 이르는 동서발전 직원은 장 사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참석한 간부회의 2건과 업무보고 16건을 사내 인트라넷으로 볼 수 있다. 회의 중 간부들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일절 편집되지 않고 녹화된 그대로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에서는 일반 직원들이 “도대체 뭘 하라는 거야”라며 ‘윗선’의 의중을 고민할 일이 없다. “상부 지시인데…”라며 슬쩍 자기 일을 부하에게 미루는 상사는 설 자리를 잃는다. 회사의 비전 정립 작업을 맡은 직원은 4일 열린 확대간부회의 영상에서 장 사장이 “기존 가치를 버리라는 게 아니라 구체화해 달라, ‘두 자릿수 성장’ 같은 건 우리 회사가 제조업 기업이 아니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부들의 업무보고는 사장과 해당 부서 직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다. 보고를 듣고 난 직원들도 간부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이런 시도를 한 지난해 12월 당진화력발전소 업무보고에서는 장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 자리에서 다양한 질문과 건의를 해 달라”고 말하자 좌중이 술렁이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한 직원이 머뭇거리다 이종철 당진화력본부장에게 “팀별 워크숍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는데, 전에 1박 2일로 워크숍을 갔더니 돈이 많이 들었다, 예산도 주는 거냐”고 물었다. 이 본부장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대답했고, 장 사장은 “워크숍을 예산을 많이 들이는 행사로 만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는 데 중점을 둬 달라”고 주문했다. 10여 일 뒤 동해화력발전소 업무보고에서는 점심을 미뤄야 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건의와 질문이 쏟아졌다.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동서발전 집무실에서 만난 장 사장은 “나 스스로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30년 가까이 한국전력과 (한전 자회사인) 동서발전에서 일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이 안 되면 직원은 지시를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가 된다”며 “직원들이 조직의 나아갈 방향에 관심이 없어지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기밀사항을 모든 직원이 알게 되면 외부 유출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 사장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필요한 걸 알리고 보안 협조를 구하는 편이 낫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정보 유출은 그런 정보에서 소외된 사람이 우연히 기밀을 알게 됐을 때 더 쉽게 밖에 흘린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다만 징계에 대한 사항은 사생활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다른 직원에게는 알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회의에서 한 말이 뒷날 ‘족쇄’가 되거나 말실수를 하는 게 두렵진 않았을까. 장 사장은 “30년 동안 옆에서 일한 사람이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내가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이런 시도를 한다는 점을 직원들이 믿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 경영으로 이 회사에 혼을 불어넣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장주옥#소통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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