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출신 LG전자 조성진 사장의 ‘1등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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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본사 마케팅 직원들 창원 공장 내려가 신제품 분해 해보며 생산현장 배워라”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2015년까지 세탁기는 물론이고 냉장고, 로봇청소기, 오븐 등 모든 가전제품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을 달성하겠다는 ‘G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19일 가동했다. 조 사장이 자사의 세탁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DB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2015년까지 세탁기는 물론이고 냉장고, 로봇청소기, 오븐 등 모든 가전제품 시장에서 글로벌 1위을 달성하겠다는 ‘G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19일 가동했다. 조 사장이 자사의 세탁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DB
‘경남 창원사업장 회의실로 모두 모이세요.’

1월 초 LG전자에서 냉장고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간부들은 영문도 모르고 창원사업장에 모였다. 조성진 사장의 호출이었다. 고졸 출신으로 입사 이후 35년 동안 세탁기만 담당해온 세탁기 분야 최고 전문가인 그는 지난해 11월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에 임명됐다.

회의실에는 LG전자 냉장고 신제품 한 대가 놓여있었다. 조 사장은 연구진 앞에서 직접 신제품을 일일이 분해하기 시작했다. ‘신제품 완전 분해’는 조 사장이 세탁기를 업(業)으로 삼게 되면서부터 늘 습관처럼 해 오던 일이다. 그를 최고의 ‘세탁기 박사’로 키워낸 비결이기도 하다. 부품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살펴보며 각종 기능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는 조 사장 앞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식은땀을 흘렸다.

이달 초에는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는 가전 마케팅 담당자 40명이 창원사업장으로 급히 내려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역시 조 사장의 지시였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3박 4일 일정으로 첫날에는 세탁기, 둘째 날에는 냉장고, 셋째 날에는 청소기와 오븐을 일일이 분해했다. 연구개발진이 아닌 마케팅 담당자들이 생산 현장에 내려가 제품을 분해하고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결국 승부는 제품에서 시작해 제품으로 끝난다는 것이 조 사장의 지론”이라며 “세탁기 분야 세계 1위 DNA를 냉장고 쪽으로도 전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진 호’가 본격적인 가전제품 경쟁력 업그레이드에 시동을 걸었다. LG전자는 연초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가전시장 1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G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19일 밝혔다.

G프로젝트는 LG전자가 보유한 기술을 모두 모은 신제품 시리즈로 최대 용량과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의미하는 ‘Great’, 스마트 기능을 뜻하는 ‘Genius’, 탄탄하면서 감성적인 디자인의 ‘Good Design’을 대표하는 말이다. LG전자는 앞으로 매분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오븐 로봇청소기 등 모든 가전 분야에서 G프로젝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에는 G프로젝트임을 나타내는 스티커를 붙여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로 했다.

LG전자가 이날 G프로젝트 1호로 공개한 제품은 세계 최대 용량인 22kg 드럼세탁기. 100장 이상의 수건을 한 번에 세탁할 수 있는 용량이다. 세탁조가 커지면서 세탁물의 낙차가 증가하고 원심력도 좋아져 세탁 및 탈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옷에 남지 않도록 하는 ‘알러지 케어’, 고온 스팀으로 찌든 때를 불리는 ‘스팀 클리닝’ 등의 기능을 갖췄다. 세탁물을 넣고 뺄 때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도어의 위치를 높이고 전원 및 동작 버튼 등을 중앙에 배치해 인체공학적 사용자환경(UI)을 강화했다. 도어는 전통적인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이다.

조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고객들이 갖고 싶어 하고 열망하는 가전을 만들어야 시장 1위를 달성할 수 있다”며 “경쟁력을 높여 신뢰를 확보하고, 철저하게 고객 중심 제품을 개발하자”고 주문했다. 아울러 해외 고객에게도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각 지역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현지 생활연구소를 확대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LG전자#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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