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카드사들과 무이자 할부 서비스

  • 동아닷컴
  • 입력 2013년 2월 21일 03시 00분



지난해 12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핵심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이고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를 낮춘 것. 그리고 카드사가 비용을 전담하던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못하게 한 것이다.

반향이 컸던 것은 후자였다.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카드사들은 1월 중순 특별 행사란 이름으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재개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분명 금융당국이 금지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어떻게 다시 할 수 있었을까. 당시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게 구두로 ‘가맹점별 무이자 할부는 금지했지만 업종별로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편법을 귀띔해준 것이다.

재개됐던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3월이 되면 모두 끝난다. 연장 계획을 세운 카드사는 없다. 무이자 할부 때문에 두 달 내내 시끄러웠다. 그런데 의외로 문제는 쉬울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무이자 할부가 되는 카드를 쓰면 된다.

현재 발급된 신용카드 중 60%가량은 대형 가맹점에서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평균 4.5장씩 신용카드를 갖고 있으니 그 중 1,2장은 무이자 할부가 된다는 의미다. 없다면 기존 카드를 무이자 할부 가능 카드로 바꾸면 된다.

의아한 건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무이자 할부 카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무이자 할부 카드가 많이 쓰이면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진다. 둘째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으로 무이자 할부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이자 할부를 당연한 걸로 여기는 국민은 한국인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짜 좋아하는 한국인’이란 비아냥도 들린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카드 사용을 장려한 주체는 정부였다. 카드사들의 각종 혜택 제공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 의식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

TV에서 수차례 본 영화 ‘비열한 거리’. 남자 주인공 병두는 서점에서 일하는 현주를 찾아간다. 현주에게 책 추천을 받던 중, 현주의 옛 애인이자 직장 상사가 다가와 ‘근무 시간에 뭐 하는 거냐’며 혼낸다. 그 때 현주는 말한다.

“죄송해요. 그런데 이 분도 손님이에요.”

여전법 개정은 ‘중소 가맹점 보호’가 주 목적이다. 그런데 피해는 일반 카드 이용자들이 입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세 자영업자도 국민, 일반 카드 이용자들도 국민이다. 카드사들은 일반 신용 결제에서 수익이 떨어지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러면 경제 사정이 더 안 좋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물론 그들도 국민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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