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한양대학교]탄탄한 수학·물리 실력은 기본, 차에 대한 열정은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미래자동차공학과

하차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금 징수는 물론 출입문을 열고 닫는 일도 그녀의 몫. 버스안내양 얘기다. 1960년대부터 버스를 지키던 이들은 1989년에 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언제나 그랬다. 다양한 직업들이 생겼다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대학교육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한다. 직업의 미래도 예측하고 그 직업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지금은 대학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양대가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 바로 미래자동차공학과(서울캠퍼스)다.


설립 2년 만에 기대주로 우뚝


우승을 차지한 한양대 무인자동차 ‘A1’.
우승을 차지한 한양대 무인자동차 ‘A1’.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지원 아래 자동차설계 고급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1995년엔 정부 교육정책에 따라 기계공학부로 통합됐다. 1년 뒤 일반대학원에 자동차공학과가 신설됨으로써 자동차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2006년엔 2단계 BK21(Brain Korea 21·교육부의 인재양성프로젝트) 핵심사업 분야에서 ‘친환경·지능형 자동차 핵심기술 사업팀’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미래형 선진국에 비해 자동차 연구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에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디딤돌을 마련했다. 또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를 국내 최대 규모의 모형차 대회로 발전시켰다.

우승 메달을 목에 건 한양대팀이 환호하고 있다.
우승 메달을 목에 건 한양대팀이 환호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과도 눈에 띈다. 자동차공학과 대학원생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주관한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선우명호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경영부총장) 교수는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학생들은 재능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최고 인재들로 꼽힌다. 한양대가 자동차공학의 메카로 인정받는 것도 꾸준히 준비된 인재들을 배출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자동차공학과는 바로 이러한 저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설립 2년차 신설학과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자동차산업의 기대주로 자리 잡았다. 학교는 물론 관련 업계, 정부까지 주목하고 있다.

사실 미래자동차공학과 설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단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산업체와 연계한 실습 및 연구 또한 필수 과정이라 관련 기업의 협조도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교내외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선우 교수는 기업들로부터 학과 개설에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직접 발로 뛰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을 비롯해 만도, LS산전, 보쉬코리아 등 핵심 부품기업 10여 곳이 장학 및 취업 지원을 약속하고 학과 설립에 동참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12월 미래자동차연구센터 건립을 협약하며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해줬다. 단일 학과에 대한 이러한 대규모 지원은 매우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선우 교수는 “전 세계 어느 대학 자동차공학과 비교해도 이만한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최고 인재, 파격적 커리큘럼

미래자동차공학과가 찾는 인재는 일단 수학, 물리 과목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물론 자동차를 향한 열정은 필수. 신입생 모집 첫 해에 학년 당 정원은 40명이지만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정원을 채우지 못해도 뽑지 않을 방침이었다.

2011학년도 첫 입시에서 신설학과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재들이 지원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입학 성적 커트라인은 내신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위 1%. 한양대 공대 전체에서도 신입생 평균 입학성적에서 최상위권이다.

우수 인재들인 만큼 입학생들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신입생 및 재학생 모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10여 개 기업과 장기협약을 맺은 학과답게 졸업생들에 대해서도 산학협력 지원기업으로 전원 취업을 보장한다. 대학원 진학 때는 석·박사 통합과정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자동차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은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기술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커리큘럼도 기존 자동차공학 교육과정과 크게 다르다. 기계중심 자동차공학 관련 과목의 비중은 30∼40% 수준이고 나머지 커리큘럼은 전기·전자·통신·재료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복합 학문으로 채웠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부분 전공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또 교수진들은 산업체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자동차 각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더해 전문분야 강사들과 해외 우수 석학들을 초빙해 특강 및 기술 관련 세미나도 수시로 개최한다.

학생들이 전공 및 심화과정에 들어서면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진들이 이끄는 다양한 연구실에서 실험이 진행된다. 기업과 연계한 실습 및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미래자동차연구센터 조감도.
미래자동차연구센터 조감도.
약속의 땅, 미래자동차연구센터


최고 인재에게 최고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미래자동차공학과의 포부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면서 더 선명해졌다. 바로 미래자동차연구센터 설립이 그것이다.

한양대와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12월 말 미래자동차연구센터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1위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선 현대자동차그룹은 1995년부터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신기술 아이디어 공모를 위한 ‘미래자동차기술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관련 분야 인재양성과 독려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던 중 한양대에 미래자동차공학과가 신설되자 미래자동차 분야 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이번 연구센터 건립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대학에 지원한 최대 규모다.

그린카와 스마트카 개발에 필요한 핵심 인재의 요람이 될 연구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약 1만3223m²(약 4000평) 규모로 건립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자동차 개발 인력이 상주할 연구실과 자동차 개발실, 국제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또 최첨단 강의실은 물론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공부하는 열린 학습 공간, 편의시설 등도 조성된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미래자동차공학과 학생들은 최고 환경에서 연구와 학업에 정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미래자동차연구센터가 세계를 이끌어 갈 현대·기아자동차에 어울리는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 주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무인자동차 기술도 학과의 자랑이다.

지난해 말 열린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한양대 무인자동차 ‘A1’은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A1은 미래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 교수와 허건수 교수의 지도 아래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과 기계감지 및 제어연구실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다. 한층 난이도가 높아진 이번 대회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A1은 20분이 통과 기준인 주행코스를 단 7분24초 만에 통과했다. 2위 팀과 4분가량 차이를 벌린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주행시간을 이처럼 크게 단축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시속 80km를 넘나드는 빠른 속도 덕분. 주춤거리지도 않았고 시스템 오류로 시간을 지체하지도 않았다. 특히 마구잡이로 놓인 장애물 사이를 통과하는 미션에선 단 한 개의 장애물도 건드리지 않고 통과해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 주차 미션에서도 정확한 궤적을 찾아 단번에 성공시켰다.

사실 A1에는 다른 참가 대학과 다른 컴퓨터가 사용됐다. 실제 차량에 들어가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라는 장비였다. ECU는 일반 PC와 달리 한 가지 업무만 정확하게 수행하는 게 특징이다. 한양대 팀은 여러 대의 ECU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업무를 하나하나 정확히 수행해야 하는 자율주행자동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량제어 부분을 맡은 김승기 씨(공대 자동차공학 석사과정)는 “ECU는 일반 PC보다 크기도 작고 가볍다”며 “일반 PC를 사용한 팀의 자율주행차량에 비해 무게가 크게 가벼운 점도 유리한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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