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19일 서울 중구 정동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임기간에 한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폐기물 해양투기 금지”를 꼽았다. 또 후임 장관에게는 “국토의 품격을 끌어올려 국격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동아일보DB
“새 정부의 화두가 복지인데 최고의 복지는 ‘교통안전’입니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모든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19일 오후 서울 집무실인 중구 정동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의 연중기획인 교통문화 개선운동 ‘시동 꺼! 반칙운전’과 관련해 이렇게 강조했다.
권 장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국토부 차관에 임명돼 2년 8개월 동안 재임했고 2011년 5월부터 1년 10개월간 장관직을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5년 재임기간 중 국토, 해양 분야의 장차관으로 4년 6개월을 일한 것. 그래서인지 1시간 반의 인터뷰 중 어떤 질문을 던져도 준비된 자료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답을 이어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 그런데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범정부적인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통과 관련해 법령은 경찰, 보험은 금융위원회, 시설은 국토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총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10년 장기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야 교통사고가 줄어든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정책은 적절한 시기에 ‘패키지’로 구사돼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정부 부처 내 의견 조율이 잘 안 됐고 국회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과거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시행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가상한제’ 같은 규제를 풀어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서민 주거 안정, 전셋값 안정 등 성과가 있었지만 한계도 있었다. 아주 잘했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대로 잘 관리해 왔다고 본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택시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무엇인가.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택시업계가 어렵다고 해서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풀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열악한 택시 종사자의 처우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선거를 의식해 택시를 늘려주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된 면이 있는데 택시를 줄여야 하고 요금 조정도 필요하다.”
―택시 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뜻인가.
“한 명이 타든 네 명이 타든 택시요금이 같다 보니 승차 거부를 하는 일이 생긴다. 짐이 없거나 많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걸 조정하자는 것이다.”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해 해당 부처가 검증에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끝까지 추진했는데 그 이유는….
“철도는 공기업 중 유일하게 독점이 남아있는 분야다. 독점 체제인데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연 평균 5000억 원 정도 되는데 코레일의 영업 적자는 연간 5000억 원에 이른다. 매년 1조 원씩 적자가 나는 셈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어떤 산업이든 맞수가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체제에 저가항공사가 가세하면서 요금은 낮아지고 서비스의 질은 올라갔다.”
―재임 기간에 가장 내세울 만한 업적은….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한 일이다. 런던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바다에 오물을 투척하지 않는다. 중국도 안 버리는데 우리가 버려서 중국의 항의를 받아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에서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걸 못하게 했다. 취임 초 잦은 고장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KTX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것도 나름의 성과라고 자평한다. 4대강 사업도 잘한 사업이다. 국토가 홍수와 가뭄에 강한 체질로 변모하고 있다. 4대강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은데 자꾸 이야기하면 ‘4대강 장관’이라고 할 테니….”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국토부가 코레일 직원들을 공금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데 대해 코레일이 반박 자료를 내면서 반발했을 때다. 일종의 하극상이 일어난 것인데 그때는 장관을 그만두고 싶었다. 퇴임하면 밤에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을 일이 없어서 좋을 것 같다. 새벽에 문자가 오기도 하고, 전화가 울리기도 하는데 문자메시지는 문제가 있다가 해결된 경우이고, 전화가 올 때는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제주 해역에서 추락했을 때 새벽에 전화를 받았다.”
―후임 장관이 꼭 추진해줬으면 하는 정책이 있다면….
“국토의 품격을 높여 국격(國格)을 높였으면 한다. 유럽에 가면 참 멋있다. 우리나라도 기본적인 인프라는 잘 갖춰진 만큼 이제는 난개발을 막고 공공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그렇게 멋진 나라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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