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병 부회장은 집무실에 마련된 전자칠판에 직접 도표를 그려가며 동부건설의 사업 계획과 국내 건설업계를 살릴 방안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앞으로 5년간 동부건설이 기본적으로 따놓은 사업 물량만 7조 원 규모입니다. 연이어 따낸 화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데서만 매년 5000억 원의 매출이 나옵니다.”
이순병 동부건설 부회장(64)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이 높다고들 하는데 기존 사업이 부실해져서 돈이 많이 들어갔는지, 매출이 보장되는 신성장 사업에 투자를 많이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초부터 두산건설이 그룹의 지원을 받고, 쌍용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건설업계 경영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동부건설도 2011년 대규모 적자를 본 데다 지난해 자회사 동부익스프레스와 경기고속도로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자 유동성 악화 우려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운영자금 자체가 없어서 계열사를 매각한 곳과 우리는 체질 자체가 다르다”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2600억 원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5000억 원 남았지만 이에 대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업비 2조2000억 원 규모의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가 착공에 들어가고 사업비 4조1000억 원 규모의 강원 강릉 화력발전소 사업자로도 선정이 되면서 발전사업 운영에서만 6조 원이 확보됐다는 게 그의 설명. 또 20년 만에 해외시장에 진출해 인도네시아 발전사업과 말레이시아의 10만 t 규모 메탈실리콘 공장건설이 올해 안에 가시화된다. 그는 “무엇보다 2011년 1713억 원 적자를 냈지만 꾸준히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택사업 비중을 낮춰 지난해 85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 건설시장 1, 2위를 휩쓰는 유럽 건설사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업보다 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지은 뒤 운영하는 사업에서 더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동부건설도 현재 매출 25%를 차지하는 주택사업 비중을 10% 이하로 줄이고 운영사업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소 2곳을 운영하는 것 말고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대형호텔을 지어 운영하고 폐·하수처리장 등을 직접 운영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새 정부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일용직부터 연구원까지 150만 명이 종사하는 건설업을 살려야 서민경제가 산다”며 “건설과 복지가 마치 상반되는 개념으로 왜곡됐는데 SOC 같은 공공재를 싸게 국민들에게 제대로 배분하는 것만큼 좋은 복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건설업은 지난해에만 해외 수출 650억 달러(70조 원)를 올렸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건설업이 국내에서 홀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1974년 동부그룹 공채 1기로 동부건설(당시 미륭건설)에 입사해 40여 년을 건설업계에 몸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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