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의 크리스 주크는 지난해 5월 내놓은 책 ‘반복성(Repeatability)’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 50곳을 소개했다. 국내 업체는 단 두 곳이었다. 그중 하나가 1945년 설립된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화학공업사)이다.
아모레퍼시픽을 창업한 고(故) 서성환 회장은 1951년 전쟁 중임에도 최초의 식물성 포마드 제품인 ‘ABC 포마드’를 내놨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1954년부터 이어진 R&D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제품 연구실을 개설했다. 3년 뒤에는 매년 연구원을 유럽과 일본으로 보내 선진기술을 배우게 했다. 1992년에는 연면적 1만7200m²(약 5203평) 규모의 제1연구동 ‘성지관’을 완공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화장품 외 분야에 대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1994년 의약연구소를 설립해 신약개발과 함께 건강식 문화 창조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01년에는 ‘21세기 글로벌 기업 도약’이라는 취지 아래 첨단 시설을 갖춘 헬스연구동을 새로 지었다. 2006년에는 식품연구소를 만들고, 녹차 건강식품 등 헬스케어 분야의 연구개발도 함께 진행했다.
전통 약용식물의 피부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체계화해 1997년 선보인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의 결정체다. 1966년 ‘ABC 인삼크림’을 내놓은 뒤 한방미용법 연구에 매진한 결과다. 2006년에는 경희대 한의과대학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한방미용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개방적 혁신’으로 세계를 넘본다
“‘공간이 생각을 지배한다’는 모티프 아래 연구원들이 좀더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짓고 싶었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2010년 준공한 제2연구동인 ‘미지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건물 완공과 함께 2015년까지 연구원을 기존의 350명에서 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창의적 연구 지원을 위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연계도 꾸준히 진행해 자사의 기술연구원들이 ‘개방적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1999년부터 10년간 서울대 의대 피부과와 ‘한국인의 피부 특성 및 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피부과학 관련 행사 등을 통해 세계와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2011년 5월 한국에서 진행된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에는 한국 뷰티업계 대표로 참가해 ‘아시아의 아름다움이 깃든 새로운 미학’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뷰티업계를 대표해 중국에서 열린 제8차 중국피부과학술대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술연구원들의 오랜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의 화장품 R&D 능력과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국내 화장품 연구의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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