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급 베어링 만드는 ‘단조의 제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뿌리기술 전문기업 1호로 지정된 포메탈 … 2012년 ‘1000만달러 수출탑’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있는 단조 전문 중소기업 포메탈에서 직원들이 1100∼1250도의 붉은 쇳덩이를 베어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서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있는 단조 전문 중소기업 포메탈에서 직원들이 1100∼1250도의 붉은 쇳덩이를 베어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서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탕, 탕, 탕….’

지름 77cm, 무게 11t이 넘는 원형의 해머가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굉음이 났다.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멍해질 정도였다. 두 명의 숙련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놀렸다. 한 명은 해머가 위로 올라갈 때 재빨리 받침에 놓인 쇳덩이의 모양을 다듬었고, 다른 이는 옆에서 틀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 액체를 뿌렸다.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열 번 정도 내리쳤을까. 처음 받침에 놓였을 때만 해도 1100∼1250도에 달했던 붉은 쇳덩이는 점점 금속 특유의 회색으로 변하며 베어링의 모습을 갖춰갔다.

15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서산1일반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포메탈. 이 회사의 오세원 사장은 “여기에서 만든 베어링은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의 필수 부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의 장비에 여러 모양의 금형(틀)을 넣으면 그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금속을 두드리고 다듬는 과정이 바로 단조(소성가공) 공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1969년 설립된 포메탈은 단조 분야에서 국내 선두권 업체다. 자동차, 중장비, 풍력발전기, 농기계 등에 들어가는 휠, 베어링, 피스톤 등 800여 개 부품을 만든다. K9 전차에 들어가는 암, 휠, 스프로켓 같은 부품도 이곳에서 만든 것이다. 거래 업체도 만도,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 대동농기계 등 국내외 180여 곳에 이른다. 매출의 약 20%를 수출로 벌어들여 지난해에는 ‘1000만 달러 수출 탑’도 받았다.

공장 안에는 에어해머를 비롯해 유압프레스, 단조프레스 등 18개의 대형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값이 60억 원이나 하는 장비도 있다. 오 사장은 “기술력과 설비투자가 부족하다면 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포메탈은 지난해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의 33년 생활을 정리하고 현재의 공장으로 옮겼다. 직접적인 이유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지만 단조 업종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다는 목적도 있었다. 오 사장은 “스위스의 시계, 독일의 주방용 칼, 이탈리아의 자동차 등 세계적인 명품도 모두 뿌리산업이 튼튼하지 못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직도 단조가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싹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장을 옮기면서 작업 공간을 두 배 이상으로 확장해 넓고 쾌적한 연구개발(R&D)실을 마련했다. 체력단련실, 사우나실, 식당 등도 최신식으로 꾸몄다. 처음에는 서산 이전을 마뜩잖게 여겼던 140여 명의 직원도 깔끔해진 새 공장을 보고는 눈이 둥그레졌다. 오 사장은 “일본 거래업체 임원들도 공장에 와 보고는 ‘단조 공장이 이렇게 깔끔하고 좋아질 수 있느냐’면서 감탄하고 돌아갔다”며 웃었다.

하지만 아직도 직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오 사장은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데도 3D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젊은이들이 취업하기를 꺼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오 사장은 정부가 내놓은 뿌리산업 진흥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는 금형, 주조, 단조 등 6대 뿌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뿌리산업 진흥 및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12월에는 지식경제부에서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는 국내 뿌리산업 지원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도 설치됐다. 포메탈은 지난달 뿌리기술 전문기업 1호로 지정됐다.

전문기업으로 지정되면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R&D 자금도 지원받는다. 나경환 생기원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뿌리기업을 전문기업으로 지정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뿌리산업, 나아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회사를 단조 분야의 명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하드웨어는 충분히 갖췄습니다.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직원들만 함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 단조 ::

고온에서 금속을 녹인 뒤 기계나 해머로 여러 번 두드려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가공 공정을 말한다. 금형, 주조,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과 함께 제조업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뿌리산업 가운데 하나다.

서산=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포메탈#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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