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운항팀이 지난달 27일 부산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 사옥에서 북태평양 인근의 기상 상태와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 제공
《 “저기 저 하얀 물체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인 ‘한진수호’호입니다.”
지난달 27일 부산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 부산사옥. 한진해운의 모든 컨테이너선의 운항 스케줄과 노선 운영을 관리하는 운항팀이
47인치 TV 화면에 나타난 세계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지도에는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들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를 가르는 홍해 위에 콩알만 한 하얀 점 하나가 보였다. 인도양을
지나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1만31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용량)급 컨테이너선 ‘한진수호’호였다.
운항팀을 이끌고 있는 김광대 상무(48)는 “잔잔한 TV 속 화면과 달리 실제로 배 안에 있는 선원들은 체력이 많이 고갈된
상태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적 출몰이 잦은 인도양 지역을 빠져나오는 동안 선원들의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
상무는 “파도, 바람 등 날씨 관련 변수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운항팀에는 해상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도 1987년부터 5년간 컨테이너선을 탔던 1등 항해사 출신이다. 》 ○ 작년 4분기 정시율 1위 차지
한진해운은 최근 영국 해운 컨설팅 전문업체인 ‘드루리’가 세계 주요 컨테이너선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4분기(10∼12월) 정시율’ 조사에서 정시율 94.4%(컨테이너선의 94.4%가 정시에 도착했다는 의미)로 1위를 차지했다. 정시율은 입항 예정일에 맞춰 도착하거나 예정일 하루 전에 도착하는 비율로, 해운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수 중 하나다. 특히 최근 화주사와의 시간 약속을 지키면서도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는 ‘노선 최적화’가 해운업계의 당면 과제로 떠오르면서 컨테이너선의 노선 운영 및 운항 스케줄을 관리하는 운항팀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정시율 1위 회사가 된 것은 무엇보다 운항팀의 업무 능력 덕분이다. 운항팀 직원들이 해상 근무자들의 요구 사항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의 ‘쾌속순항’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운항팀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진해운은 운항팀에 회사 내 단일팀으로는 최대 규모인 29명을 배치해 힘을 실어줬다. 여직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최소 4년 이상의 해상 경험이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입사 후 약 5년간 항해사로 근무했던 유지영 대리(29)는 “배 위에서의 경험 하나하나가 운항팀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과거 해상 근무 당시 2개월간 타던 ‘한진브레머하펜’호를 지난해 관리한 적이 있다. 날씨 변동이 심한 도버 해협 인근 바다를 경험해본 유 대리는 이 배의 선원들에게 기존 일주일에 한 번 제공하는 날씨 정보를 매일 제공했다. 유 대리는 “도버 해협을 지나면서 고생했던 기억에 공을 들였던 것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 운항팀의 직감이 중요
극심한 기후 변화는 정시율을 지키는 데 큰 장애물이다. 운항정보 시스템은 바람, 파도는 물론이고 조류, 수온 등 최대한 자세히 정보를 제공하지만 모든 변수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바다 경험이 있는 운항팀 직원의 직감은 정시 운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가성 과장(34)은 “경험을 통해 쌓은 직감은 때론 자료보다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 김 과장이 담당하는 ‘한진베르사유’호는 필리핀에서 발생한 태풍 때문에 중국 상하이에서 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목적지인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까지는 보통 7시간이 걸린다. 태풍을 피해 우회했다가는 만 하루가 넘게 걸려 정시 도착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는 원래 스케줄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김 과장은 “태풍 상륙 이틀 전, 경로가 미세하게 우측으로 틀어진 모습을 발견했다”며 “모두가 태풍에 대비해 선박을 피신시키는 동안 목적지로 갈 경로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한진베르사유’호는 김 과장의 결단력 덕분에 시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김 상무는 “바다 위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 못지않게 화물을 빨리 내리고 싣는 것도 중요하다”며 “화물을 목적지 순서에 따라 컨테이너에 싣거나 크레인을 가급적 많이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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