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독일 기업인이 한국 정부가 해외 본사의 원가자료까지 요구했다고 불만을 털어놓더군요. 세금 포탈은 엄격히 감시해야겠지만 자칫 무리하게 경영에 간섭하면 힘겹게 유치한 기업이 떠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62)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손톱 밑 가시’도 뽑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 이미 진출했거나 투자를 계획하는 많은 외국 업체가 여전히 한국의 사업 환경과 관련해서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정하게 법 적용을 하되 기업들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유럽연합(EU),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한국이 개방경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며 외투 기업 유치를 위한 핵심 요소 3가지를 언급했다. 정부의 강력한 투자유치 정책,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중소 협력업체, 해외 인재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주거 여건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수시장이 큰 중국과 금융 및 물류거점인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개별 투자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주는 ‘각개전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원료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경쟁력 없는 기업이 한 곳만 끼어도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현재 193개 나라에 법인을 두고 208개 나라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지멘스는 지난해 수주액 기준으로 지멘스의 193개 해외법인 중 7위에 올랐다. 한국은 그만큼 지멘스에 중요한 시장이다.
김 회장은 2011년 6월 취임 당시 한국지멘스 매출액과 수주액을 5년 내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한국지멘스는 해외에서도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목표 달성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멘스는 국내 건설업체들과 함께 27개 해외 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젊은 세대에게 강조하고 싶은 핵심 가치로는 ‘글로벌 시각’을 꼽았다.
“한국지멘스에 10년만 빨리 들어왔다면 본사 회장을 목표로 일했을 겁니다.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기회가 충분히 있습니다. 꿈은 꿈꾸는 자만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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