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3일 발표한 ‘2013 한국산업의 브랜드 파워(K-BPI)’ 조사 결과를 요약한 단어다. K-BPI는 1998년 KMAC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브랜드 관리 모델로, 국내 소비생활을 대표하는 제품 및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수다. 올해는 200개 산업에 대해 서울 및 6대 광역시 소비자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에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사회공헌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그룹 내 계열사 또는 기업 내 브랜드 간 시너지의 상승효과도 돋보였다. 또 기존 1위 브랜드를 누르고 새로 왕좌에 오른 브랜드는 20개에 이르렀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한편 KMAC가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1위를 놓치지 않은 브랜드는 23개가 있었다. 김명현 KMAC 마케팅본부장은 “1등 브랜드는 현재의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일뿐 아니라 기업에 투자여력을 제공해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 착한 브랜드로 지속가능한 성장
6년 연속 K-BPI 1위를 달성한 ‘에쎄’(담배)는 착한 마케팅으로 담배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회하고 있다. 에쎄는 기부활동뿐 아니라 복지재단과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문화예술 사업에 연 매출의 2%를 투자한다.
11년 연속 K-BPI 1위를 차지한 ‘케토톱’(붙이는 관절염 치료제)은 2003년 ‘1% 나눔활동’을 시작으로 임직원들이 릴레이 헌혈과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꾸준히 사회공헌을 해왔다.
올해 신설한 착한 브랜드 부문에서는 신한카드의 사회공헌 전문 브랜드 ‘아름인’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KMAC 측은 “신뢰재(소비자가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를 판매하는 금융 브랜드 특성상 좋은 이미지를 형성할수록 소비자 충성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착한 마케팅에서는 진정성과 인내심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패밀리 브랜드의 약진
그룹 내 브랜드가 시너지를 내면서 브랜드 경쟁력이 상승한 사례도 대거 눈에 띄었다. 삼성은 ‘래미안’(아파트) ‘삼성생명’(생명보험) ‘에스원 세콤’(방범 보안 서비스) 등 1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롯데와 CJ는 각각 8개, SK와 LG, 현대는 각 7개 부문에서 1위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KMAC는 “특히 롯데는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롯데리아가, 신한은 신한금융그룹 신한카드가 전사 차원에서 그룹명을 공유하며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척자’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단일 기업이 시장지배적 브랜드를 확대하는 사례도 많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딧세이’(남성 화장품) ‘설화수’(여성 기초화장품) 등 6개 부문에서, 유한킴벌리는 ‘하기스’(기저귀) ‘뽀삐’(롤 화장지) 등 4개 부문에서, LG전자는 ‘트롬’(드럼세탁기) ‘휘센’(에어컨) 등 3개 부문에서 1위 브랜드를 배출했다.
KMAC 측은 “개별 브랜드의 시대가 가고, 사업부 및 제품 카테고리에 기반을 둔 패밀리 브랜드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전략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려면 소비자의 구매 의향을 파악해 브랜드 관계를 정의하고 이에 따른 브랜드 통폐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장기 불황 여파, 대역전
장기 불황과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 기회를 포착한 후발주자들이 시장의 판세를 뒤집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올해 ‘옥수수수염차’(건강 곡물음료) ‘카스’(맥주) ‘미쟝센’(샴푸) ‘국제전화001’(국제전화) ‘넥슨’(온라인 게임포털) 등 20개 브랜드가 기존 1위를 누르고 새로운 강자에 올랐다. 새로 1위에 오른 브랜드는 2011년에는 전체 196개 브랜드 중 10개(5.1%), 작년에는 188개 중 13개(6.9%)였다.
KMAC는 “통상 1위 브랜드는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강자로 발돋움한 브랜드들은 최소 3년, 길게는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 SK엔크린, 이마트, 삼성생명 15년 연속 1위
올해 조사에서는 23개 브랜드가 15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 자리를 지켰다. 소비재 부문에서는 ‘금강’(남성 및 여성 정장구두) ‘지크 XQ’(엔진오일) ‘비너스’(여성 내의) ‘SK엔크린’(휘발유), 내구재 부문에서는 ‘귀뚜라미 보일러’(가정용 보일러) ‘코웨이’(정수기) ‘한샘’(주방용가구) ‘카니발R’(레저용 차량), 서비스재 부문에서는 ‘이마트’(대형마트) ‘눈높이’(학습지) ‘삼성생명’(생명보험) ‘KB국민은행’(은행) 등이 KMAC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1위를 수성했다.
‘해표’(식용유) ‘에이스침대’(침대) ‘영창피아노’(피아노) ‘딤채’(김치냉장고) ‘삼성화재 애니카’(자동차보험) 등은 14년째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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