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무알코올 맥주’는 서로 경쟁하는 대체재일까, 아니면 한쪽의 수요가 늘면 다른 쪽도 덩달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보완재일까.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지난해 11월 말 알코올을 뺀 맥주 ‘하이트제로 0.00’을 내놓았을 때 나온 질문이었다. 80년간 맥주를 만들어온 회사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내놓다니. 마치 하이트진로에서는 ‘술 마시자’고 외치고 하이트진로음료에선 ‘술 마시지 말자’고 설득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강영재 하이트진로음료 사장(49)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하이트진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술 마시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주류회사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제로 0.00은 국내에서 처음 나온 무알코올 맥주이자 지난해 10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강 사장의 첫 작품이다. 하이트진로 연구소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7월부터 무알코올 맥주를 기획했다. 그동안 수입 제품 위주로 국내에 조금씩 소개됐던 무알코올 맥주는 맥주 공정에서 효모를 넣고 발효하는 과정만 뺀 것이다.
강 사장은 하이트제로 0.00은 기존 술 시장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성, 수험생, 환자 등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술 반입이 금지된 강원랜드 카지노에도 제품을 들고 갔다. 그는 “석 달 동안 판매량은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약 200만 캔”이라며 “대학교 매점이나 기숙사 근처 편의점, 군대 매점까지 입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에서도 음료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오비맥주에 선두를 뺏겼고, 소주 시장에서도 ‘처음처럼’을 내세운 롯데주류가 치고 올라오는 등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류가 아닌 음료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자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퓨리스’, ‘석수’ 등 생수 위주였던 음료 사업을 확대해 무알코올 맥주 외에 무알코올 매실주, 무알코올 막걸리 등도 내놓고 피부 미용이나 지방 분해효소를 넣은 건강음료까지 다양한 라인업(제품 구성)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하이트진로음료의 올해 사업계획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강 사장은 컨설팅 회사 엔플랫폼에서 2005년 하이트진로 경영을 컨설팅하다 2009년 아예 스카우트됐다.
그는 “조언자에서 경영자가 되고 나니 주류 회사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며 “술 만드는 회사가 아닌 ‘3대 음료 회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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