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일상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4월 한전에 입사한 왕두성 씨가 밝힌 당찬 포부다. 올해 수도전기공고를 수석졸업하고 한전에 들어온 김예걸 씨는 “어학 실력을 키워 한전,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두 고졸 젊은이는 ‘스펙보다 열정과 실력을 중시하겠다’며 한전이 도입한 ‘열린 채용’ 덕에 채용기회를 얻어 당당히 이 회사에 입사했다.
최근 수년 동안 열린 채용을 실시한 한전은 이제 우수한 고졸 인재들이 가장 몰리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취업 경쟁률은 수십 대 1 수준이다.
올해는 정규직 사원 818명, 청년인턴 1128명 등 모두 1946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인 818명은 공기업 28곳 중 가장 많은 규모로, 전체 공기업의 올해 정규직 채용 예정인원인 3675명의 20%가 넘는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전력수요의 성장 둔화와 발전 연료비 상승, 환율 변동 등 어려운 경영여건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우수한 인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규직 예정인원 818명 가운데 213명은 고졸 출신으로 뽑을 예정이다. 모든 입사지원서에 학력 기재란을 없애고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며 군 미필자에게도 입사지원을 허용한다. 고졸 입사자들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전 측은 고졸 우수 인력들이 회사에 들어온 뒤에도 대졸 입사자와 보직이나 승급, 급여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 이들이 꾸준히 경력을 개발해나갈 수 있도록 신경을 쏟고 있다.
한전의 열린 채용은 고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여성과 지방 인재, 장애인, 취업보호대상자 등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가점제도를 둬 채용우대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특히 여성 입사자의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2011년 기준으로 한전의 여성 직원 비율은 15.2%(2958명)로, 다른 관련 분야 공공기관의 여성 비율 8.63%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청년 실업을 줄이는 문제에도 한전은 일조하고 있다. 올해 1128명을 채용하는 등 청년 인턴제를 운영하는 것도 청년 미취업층을 대상으로 직무 체험과 취업역량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청년 인턴은 인턴 과정을 마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공개 채용에서 서류전형 면제 등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턴 과정 중에는 직무교육, 순환근무,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거치게 해 한전에 취업하든 다른 회사에 취업하든 회사 업무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조직인으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게 했다. 한전 관계자는 “청년 인턴제가 허울만 좋은 ‘임시 일자리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취업 사다리’가 되도록 제도 설계에 공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댓글 0